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가 4.11 총선의 공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고 의원 측은 '억측'이라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8일 고 의원으로부터 박희태 당시 당대표 후보가 돈봉투를 전달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박희태 대표 최고위원 후보 측 인사가 의원실 직원을 통해 돈봉투를 전달해 왔고,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 있었으며 돈봉투를 돌려주며 박 의장(당시 당대표 후보)에게 꼭 보고하고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폭로 이유에 대해 "18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줄 세우기, 편 가르기, 돈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면 한나라당은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에서 재창당을 하느냐 (현 체재)그대로 가느냐 문제로 논란이 뜨거웠는데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재창당을 주장해 전당대회로 갈 경우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크고 전멸할 듯한 위기감이 있어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고 의원의 폭로가 박희태 캠프에 참여했던 '친이계 줄소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18대 총선 직후인 2008년 전대 당시 당협 조직의 70% 이상이 친이계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고 의원의 폭로 배경에 대해서도 고 의원의 '충정'이라기 보다는 공천과 관련된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에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출사표를 낸 것이 이번 사태의 진앙이라는 시각이다.

박 전 구청장은 박 국회의장의 조카뻘로 알려져 가까운 관계이고, 남해라는 동향 출신에, 남해중∙경남고 선후배 관계다.

이들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한 가지 일화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박 전 구청장이 당선되자 재경박씨종친회가 축하모임을 열었는데 당시 문중 모임의 회장이 박희태 국회의장(당시 국회부의장)이었다.
 
이후 박 전 구청장은 지역내에서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능한 구청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MB의 전략공천으로 낙천되자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당시 지역정가에서는 박 전 구청장이 윗선에서 공천결과에 승복하고 있으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 박 전 구청장은 출마하지 않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으로 갔다. 그러면서 친박계 모임인 서울희망포럼에서 활동하며 재기를 모색하다 이번 총선에 서초을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이에 고 의원이 국회의장 파워를 등에 업은 박 전 구청장이 공천될 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박희태 국회의장 견제에 나섰다는 시나리오가 지역정가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 의원의 이번 폭로가 박 국회의장을 향한 듯 하나 이면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정적 제거'라는 실제적인 이유 쪽에 맞춰지면서 고 의원의 이중플레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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