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서 미분양 입주권을 놓고 60~70대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일당이 적발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피해자가 야간청소부로 일하는 할머니 등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자들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강남경찰서(서장 김광식)는 사기 전과자인 권모(54)씨 등 일당 4명이 지난해 2월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 `국제호밍복지재단`이라는 유령단체 사무실을 차려놓고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단체이다”, “전라도에 숨겨진 조상 땅 700만평을 찾아 마련한 자금으로 복지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등 감언이설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수백 세대를 반값에 사들여 일부를 영구임대할 계획이다"라는 허황된 사업계획을 퍼뜨려 피해자들을 모아 온 것으로 26일 밝혔다.

피해자 권씨 등은 경찰 진술에서 “회원 접수비 5천만원만 내면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에 곧 입주시켜주고, 임대기간 20년이 되면 소유권까지 이전해준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기일당은 강의 시간표를 짜놓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노인들의 ‘내집마련’욕구 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일대일 상담 등 수십 회에 걸쳐 세뇌 교육을 실시했다.

가족 8명과 함께 조그마한 빌라에서 사는 김모(67) 할머니는 야간 청소일을 하며 평생 모은 4400만원을 회원 접수비로, 전모(70) 할머니는 파출부 월급을 쪼개 모은 1330만원, 정모(64)씨는 돈이 없어 장가를 못간 아들에게 신혼집을 마련해주려고 빌려뒀던 돈 5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복지재단을 빙자해 임대주택 접수비를 가로채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여 피의자 대부분을 검거했으나 돈을 빼앗긴 노인들 일부는 아직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노인 83명에게서 12억7000만원을 편취한 사기 혐의로 권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공범 오모(55)씨를 지명 수배해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최근 전세금이 폭등해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서민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하는 사기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서민 경제를 침해하는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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