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청소년극단 아랏 고흐 극단의 <페기와 데리>는 관객참여형 친환경 놀이극이다. 잎사귀, 돌멩이 등으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고, 줄거리와 장면을 만드는데 관객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어린이 관객들은 주변의 친숙한 사물로 훌륭한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정형화된 극장보다 학교 체육관이나 연습실 등 선입견을 벗어난 극 공간을 선호하는 아랏 고흐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이다.
여주인공 페기는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소녀. 어느 날 잠시 집을 비우고 돌아와 보니 정리해놓았던 의자, 포크, 컵들이 모두 흩어져 있었다. 대체 누가, 왜 이렇게 페기를 화나게 만드는 걸까. 성격이 정반대인 페기와 데리의 모습은 절대 같을 수 없는 우리들 각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나와 다르단 사실 하나로 그 존재가 견딜 수 없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익숙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받아들이게 되고, 또 그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이렇게 나와 다른 존재가 가까이에 공존한다는 것은 자신의 본모습과 삶을 넓게 확장시켜주는 선물과도 같은 기회임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공연은 예술의전당 공연장이 아닌 연습실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공연으로 열린 공간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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