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50)가 9월 1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먹다 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와 음식물이 말라붙은 포크 등이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회화 30여점과 물과 우유를 배달하는 오토바이 등 조각 5점을 전시한다.

인도에 살며 경험한 인도인들의 삶과 애환, 일상과 문화 속에 녹아있는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담긴 작품들이다.

도시락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들고 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의 모습 등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자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전시장 지하에 세워진 금빛 오토바이가 눈길을 끈다. 영국 정통클래식 바이크사인 로열 엔필드의 가장 오래된 제품인 불렛을 브론즈로 캐스팅한 뒤 크롬으로 도금한 우유병들을 매달아 놓은 작품이다.

2층에는 음식과 관련된 회화가 가득 들어차 있다. 포만감으로 이제는 나와 관련 없는 음식찌꺼기들을 내려다보는 권위적 시선으로 그려졌다. 이 그림들은 금장을 두른 고풍스러운 액자 속에 담겼다.

갤러리 측은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의 음식문화를 연상하는 식탁의 풍경은 작가가 인도인으로 자라며 겪어온 경험과 만나며 전통과 현대, 지배와 피지배, 정과 부정 등이 교차하는 복잡다단한 역사와 문화, 종교의 층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수보드 굽타는 아라리오갤러리의 중국 상하이 개관전도 책임졌다. 29일 상하이의 상업중심지 쉬후이구 쉬자후이에 문을 연 아라리오갤러리에 설치와 조각, 회화 등 대형 연작 5점을 들여놨다.

인도의 주식 중 하나인 감자를 캐스팅해 표면을 24K금으로 도금한 작품과 수백 개의 음식용 집게를 이용해 만든 금빛 조각, 인도 가정에서 쓰는 수천 개의 헌 놋그릇과 요리 도구들을 쌓아올린 작품 등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점은 1930~40년대 건물을 지역 정부 주도로 고쳐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새롭게 조성한 ‘헝산팡’이라는 문화예술상업 콤플렉스에 있다.

서울 전시는 10월 5일, 상하이는 10월 26일까지다.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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