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는 ‘묵향’이 다시 한번 우리 전통의 미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의 대표 레퍼토리 ‘묵향’이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맞아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프레스콜에서는 서무부터 종무까지 전막 시연 후, 안무가인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과 지도의 김미혜 단원, 정관영 단원이 참석해 소감을 전했다.

윤성주 안무가는 “43회 공연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일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줄 몰랐다. 우리 춤이 국내외에서 이렇게 열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지금까지 10년 공연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또 10년 더 우리 춤이 세계 속에서 K-댄스로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10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묵향’은 2013년 초연 이후 국내외 무대에서 흥행을 이어온 작품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국립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다. 지난 10년간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홍콩·프랑스·덴마크·헝가리·세르비아 등 아시아와 유럽 10개국에서 43회 공연하며 꾸준히 완성도를 쌓아왔다. 최근 캐나다 국립예술센터·미국 존 F. 케네디센터에서 공연돼 북미 관객과 평단의 환호를 받은 ‘묵향’은 이번에 2019년 이후 4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묵향’은 정갈한 선비정신을 사군자를 상징하는 매·난·국·죽에 담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고(故) 최현의 ‘군자무’에서 영감받아 안무하고,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정구호 연출이 세련된 무대미학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제시한 ‘묵향’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초연 6개월 만에 재공연했으며, 이듬해 세계 무대까지 진출하는 등 단숨에 국립무용단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한국무용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년간 장기공연을 이어온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선보일 ‘묵향’ 역시 크게 변한 부분은 없다. 기존의 서사 중심 무용극이 아닌 춤에 집중한 대담한 구성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사군자에 사계절을 담아내고, 서무와 종무로 작품의 완결성을 더했다. 무용·의상·음악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는 최대한 전통 양식을 유지하면서, 극도로 세련된 무대 미학을 관객들의 눈 앞에 펼쳐보인다.

윤성주 안무가는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정서가 녹아있는 우리 춤이 외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새롭다고 여겨질 것”이라며 “우리 전통 춤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버선발의 디딤새, 손놀림, 팔사위, 그리고 한국무용에만 있다고 감히 자부하는 좌우세(좌측, 우측으로 몸을 놀리는 춤사위)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치마 속에서, 음악에 맞춰서 흐르는 발딛음새를 주의 깊게 봐주시면 우리나라 춤이 정말 난도 높은 춤이구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연부터 ‘묵향’에 출연,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 지도로 함께하게 된 김미애 단원은 “출연만 했을 때는 전체적인 흐름이나 그림을 보기 어려웠는데, 지도를 하면서 객석에서 감격스러운 순간들을 많이 읽었다”고 돌아봤다. 또 “‘묵향’을 본 관객분들이 그림 같은 무용 공연, 세련되면서도 품격 있는 공연을 본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이번에 ‘묵향’을 처음 보실 관객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굉장히 새롭고 자극적이고, 신선하다는 감상이 먼저 드시겠지만 객석에서 나가실 때는 ‘역시 우리 것’이라는 한국 춤의 품격을 가져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초연부터 함께 한 정관영 단원 역시 “엊그제 공연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 같아 놀랍고 영광스럽다. 10년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인사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웃은 뒤, “정중동의 미를 집중해서 봐주시면 어떨까 싶다. 발끝과 손끝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봐주시면 좋겠다. 나가실 때 하얀 도화지에 그린, 자기만의 이미지로 한 폭의 완성도를 높인 그림을 가지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묵향’은 14일부터 1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17일 공연 종료 후에는 10년을 함께한 제작진·출연진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으며, 15일과 16일 양일에는 무용수 사인회가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