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포스터
겨울나그네 포스터

12월 겨울 시즌이 되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다양한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겨울나그네>가 1997년 초연과 2005년 재연에 이어 올해 작가 10주기를 맞아 18년 만에 세 번째 시즌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글은 시대를 반영한다.

故 최인호 작가는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바보들의 행진> 등 산업화가 시작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왜곡된 개인의 삶과 혼돈을 다루며 수많은 작품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70~80년대 대중문화를 이끌어 나간 한국 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청춘의 사랑과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1983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제 된 소설 <겨울나그네>는 추억 속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하고도 순수한 청춘드라마로 청춘들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되며 1990년 TV 드라마로 방영되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故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뮤지컬 <겨울나그네>가 12월 15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한민우 역에 이창섭/ 인성(SF9) / MJ(아스트로) / 렌, 박현태 역에 세븐 / 려욱(슈퍼주니어) / 진진(아스트로), 정다혜 역에 한재아 / 임예진, 제니 역에 민선예 / 여은 등 2023년 버전의 겨울나그네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요에 익숙한 젊은 감각의 캐스트와 주아, 오진영, 김상현, 진상현, 서영주, 서범석 등 개성 넘치는 조연들이 캐스팅되어 참여한다.

부잣집 의대생 민우는 캠퍼스에서 우연히 성악을 전공하는 다혜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이 갑자기 망하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방황하게 되고 벗어나려 애쓸수록 더 깊이 파고드는 숙명에 갇히고 그의 삶은 타락과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민우와의 엇갈림 속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는 지고지순한 다혜와 민우에 대한 우정과 다혜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태, 그리고 민우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은 꿈꾸는 클럽 나이아가라의 댄서 제니.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서로 다른 성격의 네 남녀를 액자식 구성안에 원작의 플롯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공연장면. 사진제공=에이콤
공연장면. 사진제공=에이콤

​'겨울 나그네'는 제목만 들어도 쓸쓸함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이다.

작가가 제목을 지었을 때 실연당한 후 방황하는 남성의 모습을 쓸쓸하게 그린 슈베르트의 가곡 'Winterreise D.911'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이번 시즌 공연은 음악이 현대적으로 편곡되어 김형석 작곡가의 발라드 감성이 돋보인다는 평이 자자해 관람 전부터 살짝 기대가 되었다.

'청춘'이란 뭘까?

연속적인 불행에 변해가는 민우의 모습에 안타깝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연락 한 번 없는 민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다혜나 빈 껍데기뿐이더라도 민우를 잡고 싶어 하는 제니.

오래 참고 기다리고 희생하는 순정과 낭만,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순애보적인 이야기에 공감이 될까?

네 명의 주인공 모두 자신들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겨울나그네에서 가슴이 몽글 몽글해지는 장면은 단연 민우와 다혜의 캠퍼스에서 첫 만남 자전거를 타다 부딪히는 장면과 첫사랑에 대한 설렘이다.

장면을 극대화해야 하기 했기 때문일까?

전반적으로 극 전개가 빨라 서사와 감정신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아쉽다.

귀호강 음색 장인 이창섭.

'꽃보다 남자 더 뮤지컬'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나폴레옹', '애드거 앨런 포', '아이언 마스크',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 하리'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과 섬세하면서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이미 검증되었다.

이번 무대에서 이창섭은 깊이 있는 연기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순수한 의대생 민우가 겪는 다이내믹한 삶의 변화에 맞춰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했다.

오프닝과 1막 엔딩은 제니와 앙상블의 클럽 나이아가라에서 보여주는 최고의 퍼포먼스로 제니 역의 선혜의 춤과 가창력은 이젠 놀랄 것도 없지만 이번 무대에서 브라스 계열의 곡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극이 주는 매력이 잘 드러냈다.

지난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와 영상, 발라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넘버곡은 극의 쓸쓸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클래시컬한 악기와 밴드 사운드가 결합된 13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청춘의 설렘과 함께 비탄에 찬 젊은 청춘의 처절한 독백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세대를 뛰어넘는 뭉클한 울림을 전한다.

“흘러간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변해간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모두 끝난다.

지나간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끝이 난다.

우린 매일 이별하며 살아간다.

마음에 남아.”

- 겨울나그네 넘버곡 레퀴엠

​넘버곡 '레퀴엠'이 오랫동안 귀가에 아른 거린다.

관객들의 기립 박수는 이창섭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과 순수한 사랑은 늘 아련하기 마련이다.

찬란했던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린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오는 2월 25일까지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겨울나그네

기간 : 2023. 12. 15(금)~2024. 2. 25(일)

화~금 19:30 / 토 15:00 19:30 / 일, 공휴일 14:00 18:30

장소 : 한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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