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에게 높은 만족도를 준 이상적인 공연장은 LG아트센터 서울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원튼 마살리스 재즈 콘서트, 연극 '파우스트'와 '나무 위의 군대' 등 LG아트센터 서울은 올 한 해 굵직한 문화 예술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2024년 프로그램도 윤곽을 드러내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제임스 띠에리 '룸'과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필립 드쿠플레 '샤잠!', 백건우와 모차르트, 연극 '타인의 삶' 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마곡나루역과 직접 연결되는 스텝 아트리움 지하 2층부터 지하 1층 사이 천장에 설치된 메도우 by 스튜디오 드리프트를 지나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연극 '와이프'를 관람하기 위해 LG아트센터 서울, U+ Stage를 향한다.
리듬감 있게 피어나는 스무 송이의 꽃은 이곳 공연장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있는 향기로 인해 기분좋게 다가온다.
연극 '나무위의 군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공연 시작 몇 분을 앞두고 로비는 관람객들로 꽉 찼다.
3년만에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와이프'는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아담슨의 2019년 작품으로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어떠한 형식으로 거듭하는지 여성과 퀴어로서의 삶을 집중력 있게 다루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제 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신인연기상 3관왕, 제 5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지난 세종 공연 때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수잔나 역의 박지아. 김소진, 데이지 역의 김려은.최 수영, 피터 역의 정웅인. 오용, 로버트 역의 이승주 . 송재림, 에릭 영의 정환 . 홍성원, 마조리 역의 신혜옥 . 표지은 12명의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1인 2역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며 짜임새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의 시작은 헨리크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1959년부터 2046년까지 4개의 시대를 유기적으로 연결 한층 짜임새 있는 무대로 선보여진다.
최초의 페미니즘 책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어떤 내용인지 알면 휠씬 흥미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형의 집 줄거리]
세 아이의 엄마이자 변호사 남편 헬메르 토르발의 아내인 노라는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종속되어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던 여성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병이 들자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서명을 위조해 돈을 빌려 그 돈으로 아픈 아픈 남편을 살리기 위한 경비로 쓴다.
그 덕분인지 남편은 다시 살아났고 은행의 총재 자리로 승진까지 하게 되고 노라는 친구 린데 부인의 취업을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크로그스타드가 해고되는데 크로그스타드는 노라가 돈을 빌린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녀를 협박한다.
결국 모든 것이 탄로 나게 되고 남편은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 그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을 두려워 하며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던 중 그녀의 빚을 탕감해 주고 차용증서를 돌려준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되자 그는 그녀를 용서한다며 그녀를 더욱 구속하려 든다.
마침내 남편의 반응에 실망한 노라는 아버지에게 구속 당했던 때를 떠올리며 결혼해서는 자신은 남편의 취향대로 꾸며지는 인형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간다.
노라의 대사 중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행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한 번도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라는 말이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다.
1800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없다고 본다.
당당하게 한 사람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인형의 집을 떠난 노라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연극 '와이프'는 시대를 관통하는 관습과 인습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프레임 속에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그려낸다.
대사량도 엄청 많고 배우가 온전히 캐릭터에 빠져들지 않으면 연기하기 힘든 참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형의 집 '노라'를 연기하는 수잔나 역의 박지아 배우와 피터와 나이든 아이바 역을 맡아 1인 2역 열연을 펼친 정웅인 배우는 평소 강렬한 이미지(빌런스러움)를 주는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갔다.
에릭과 젊은 아이바 두 성소수자들의 대사는 거칠고 외설적인 표현이 많아 충격이었지만 정환과 이승주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 위에 오른 6명의 배우들은 무대를 꽉 채우며 맡은 1인 2역 이상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무대가 단촐하다는 것도 느낄 틈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린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또 어떻게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당연시 되지 않았던 시대를 생각하니 현재에 감사함도 들고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야도 생긴 것 같다.
연극 '와이프'는 오는 2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Stage에서 공연된다.
■ 연극 와이프
공연기간 : 2023. 12. 26(화) ~ 2024. 2. 8(목)
공연장소 : LG아트센터 서울, U+ Stage
공연시간 : 화~금 오후 7시 30분 / 토~일, 공휴일 오후 2시, 7시 (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 가격 : R석 77,000원 / S석 66,000 / 시야제한석 30,000
주차요금 : 공연관람객 4시간 3천 원(이후 10분당 1천 원)
대중교통 이용안내 : 9호선 공항철도 마곡나루역 / 5호선 마곡역 3번 출구 도보 10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