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유령>, <페르귄트>, <헤다 가블러> 등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국민 극작가이며 현대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릭입센의 또 하나의 명작이 연출가 김광보에 의해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다. 1877년 쓰인 희곡 <사회의 기둥들(SamfundetsStøtter, Pillars of Society)>은 발표되자마자 1만 부라는 당시로써는 어마어마한 양이 발행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 한국에서는 창작된지 무려 137 년 만에 처음으로 소개되어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137년 전 노르웨이의 어느 소도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게,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그려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이 작품은 겉으로는 도덕성이 높은 ‘사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보이지만 내면은 개인의 욕심으로 가득 찬 주인공 베르니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 내고 있다. 특히, 주민들 몰래 철도 노선 공사로 이득을 얻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나, 수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안하게 출항하려는 배를 보고도 침묵하는이야기 등각색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다양한 인물들과 치밀한 구성을 통해‘입센’스럽게 잘 짜인 희곡을 만나는 재미를주는것과동시에한세기반전에 살았던 입센의 통찰력과 시의성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의 기둥들>은 입센이 극작을 마치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고 전해질 정도로 매우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대표작들에 가려져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우리는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을 통해 놀랄 정도로 시의적이고 통찰력 있는 또 한편의 입센의 작품을 만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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