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3년만에 무대에 다시 올랐다.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 중에서 나타샤와 아나톨의 사랑의 시작과 끝, 피에르가 자신의 삶에 대해 자각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만든 송스루 뮤지컬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이머시브 뮤지컬이기도 하다. ‘이머시브’의 뜻은 ‘몰입형’, ‘체험형’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의미 그대로 관객과 무대와의 경계를 허물며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붉은 색으로 온통 세팅된 무대와 화려한 샹들리에는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킨다. 무대는 원형으로 총 7개인데 단차가 각각 다르며 객석사이로 나선형의 통로가 있어 배우가 관객석으로, 관객이 무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막이 오르면 관객은 관람자가 아닌, 19세기 모스크바 세계관에 몰입되어 즉흥적으로 변화하는 무대를 통해 배우들과 교감하며 때로는 공연에 참여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참고로 나같은 극 I 성향은 모든 관객석의 앞열이나 통로석을 피해야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들이 유도하면 박수를 박자에 맞춰 쳐야 하는데 끝나고 나니 공연 내내 박수를 친 것 같다. 기분이 정말 유쾌해지고 잠시도 한눈을 팔거나 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공연들보다 서너배는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극 중 인물인 발라가가 관객들에게 모든 캐릭터를 소개하며 극이 시작되고 무대에서는 그들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선이 음악과 함께 다소 불친절하게 어우러진다. ‘전쟁과 평화’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거나 예전에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공연장 밖 로비에 붙어있는 ‘그레이트 코멧’ 인물관계도를 읽고 공연장에 들어가길 추천한다.

배우들은 연기하는 것 외에도 악기를 연주하는데 피에르 역할 배우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아나톨 역할 배우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도 무대 중앙으로 옮겨 김문정 음악감독은 무대 중앙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지휘한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관객과 무대와의 경계뿐만 아니라 음악의 벽도 허물어버렸는데 전통적인 클래식부터 현대적인 팝, 힙합, 롹, 약간의 EDM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무대 위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은 때로는 연기의 일부가 되는데 치매에 걸린 볼콘스키 공작이 갑자기 관객석에 내려가 프로포즈하며 반지를 끼워주고, 관객이 아나톨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달하면 감사의 표시로 관객을 꼬옥 안아준다. 이렇듯 관객은 단순히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며 마법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무대 세팅부터 모든 시도들이 다 파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나톨의 첫 등장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 듯 하다. 아나톨은 원작 소설의 묘사나, 그동안 제작된 몇편의 영화와 시리즈물에서도 상당한 미남들이 역할을 맡았다. 오래 된 고전영화인 1956년 만들어진 ‘전쟁과 평화’ 영화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나타샤로 나왔고 이탈리아의 배우 빅토리오 가우스만이 아나톨 역할을 했는데 지금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내게 이번 뮤지컬에서 아나톨의 등장씬은 정말 기대됐고 역시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비쥬얼은 숨이 멎을 정도로 멋졌다. 이번 작품에 세 아나톨은 누구로 봐도 비쥬얼은 압도적인 듯 하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초연 때 코로나19로 인해 관객과의 교감에 마스크와 환호금지 등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무대에 오른 '그레이트 코멧'은 각자의 추억 속에 특별한 러시아의 밤을 선사하며 관객은 그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오는 6월 16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