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치신문 DB 
서울자치신문 DB 

창작뮤지컬 ‘벤자민버튼’이 지난 11일부터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으로 가던 지난 26일은 가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로 인해 촉촉해진 감성덕분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오롯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2009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영화화 된 적도 있다.

책과 영화로 보고 여운이 길게 남았던 작품이라 어떻게 연출하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지 상당히 기대가 됐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오랜만에 무대를 깊게 사용하는 세트가 보여서 반가웠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재즈바 같은 보랏빛 감도는 무대도 좋았다.

벤자민 역을 맡은 김재범 배우는 목각인형인 퍼펫과 함께 연기하며 이질감 없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노인에서 아기까지의 벤자민을 보여줬다. 작품의 넘버는 귀에 감겨들었으나 블루의 넘버들은 강약없이 너무 세게만 가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김지선 배우는 레베카의 시선강탈 캐릭터인 호퍼부인으로도 독보적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술집주인 마마역을 맡아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차 대전 참전을 유도했던 샘 아저씨로 등장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면도 인상 깊었다.

벤자민버튼은 원작대로 블루는 나이 들어가고 벤자민은 젊어지며, 둘은 35세에 나이가 같아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벤자민은 이 시기를 인생의 '스위트 스팟'으로 경험하며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벤자민의 아가 퍼펫의 자그마한 팔이 치매에 걸린 블루의 품에서 떨어지며 임종을 맞이하는 장면은 감정의 절정을 이뤘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를 보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떠올리게 되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조광화 작가 겸 연출가는 “스위트 스팟을 기다리던 대부분의 시간들도 스위트 스팟이 지나가버린 이후 대부분 시간들도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작품은 인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벤자민 역에는 심창민과 김재범, 김성식, 블루는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이 열연하며 벤자민을 돌보는 재즈클럽 주인 '마마' 역에는 하은섬과 김지선이 캐스팅되었으며, 블루의 매니저인 '제리'에는 민재완과 박광선이 분한다. 이외에도 강은일, 송창근, 구백산, 이승현, 신채림, 박국선이 작품에 참여한다.

작품 내내 서정적이고 잔잔한 분위기가 ‘벤자민버튼’의 매력인 듯 하다. 재즈클럽 주인 마마가 익살을 책임지고, 블루의 매니저 제리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화려한 쇼 뮤지컬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무대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