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오랜만에 팬들을 만났습니다. 대면으로 만난 기분은 어떠셨을까요?
아는 얼굴이 많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고마웠어요. 팬분들 모두 각자의 삶이 있는데 소식도 없고 인스타도 안 하고 공연도 없던 저를 잊어버리셨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도 첫 공연이라고 챙겨서 보러와 주시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느낌. 솔직히 첫 번째 공연인데 많이 안 오시면 어쩌나 티켓이 안 팔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있었거든요. 꽉 찬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Q. 회사 동료분들이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맞아요. 옆 팀 동료들(웃음). 초대한건 아니고 직접 예매해서 오셨더라고요. 공연을 보고 나서 처음 보는 제 모습에 놀라신 분도 우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공연을 다시 하고 싶다고 늘 꿈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복귀해서 공연을 해내는 모습에 감동이었고 공연 자체도 너무 좋았다고 공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Q. 누구보다 복귀를 기다려 왔을 금조 배우님도 인스타에 장문의 글을 남기셨던데 공연 후에 어떤 말씀을 나누셨는지?
아내가 칼 같고 솔직한 사람이에요. 빈말도 못 하고 칭찬도 안 하는 타입인데, 공연 후에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한참 말이 없다가 어디서 몰래 연습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번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지난 3년 사이에 저라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진실성 있어 보였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정말 고맙더라고요. 가까운 사람을 무대를 볼 때 완벽하게 캐릭터로 몰입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정말로 몰입해서 봤다고 고생했다고 그런 얘기를 해줬습니다(웃음).
Q.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 3년의 시간에 관해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2년 반 정도 영업 쪽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관리직으로 진급했어요. 직접 현장에는 나가지 않아도 돼서 시간이 생겼고 공연을 같이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계획적인 걸 좋아하는 J형 성향인데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계획한 대로 흘러갈 수 없는데 좋아하는 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덜 좋아지기 마련이잖아요? 무대는 너무 사랑하는데 더 행복할 방법이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잠시 떠나있는 결정을 내렸던 것 같아요.

Q. 무대를 떠나있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까요?
아내가 작품에 들어가면 집에서 종종 대사를 맞춰주거나 캐릭터 분석도 같이했어요. 노래 부분도 옆에서 도와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무대에 오르고 싶더라고요. 가끔 대학로에 아내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무대에 있는 동료들도 보니까 나도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을 했네요.
그리고 꼭 복귀하겠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불안도 있었어요. 축구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경기장에 못 들어가면 얼마나 뛰고 싶겠어요. 실력이 녹슬지는 않을까, 커리어에 문제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까? 저도 그런 걱정이 있었어요. 공백기 동안에 공연 제안도 해주셨었는데,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렵다고 양해를 구한 일도 있었는데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선택이 달라질까요?
사람이라는 게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굉장히 두려워하잖아요. 예를 들어 군대 가기 전날 밤 같은(웃음). 두들겨 맞는 건 아닌지 가혹 행위가 있지는 않을지, 2년 뒤에 돌아올 수는 있나 영영 못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같은 고민이요. 저도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전역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심경이었지만 그래도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선택이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때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 더 나은 삶이 온 거니까요.
Q. 배우님이 생각하는 나은 삶이란 어떤 걸까요?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배우 자체가 직업이 되니까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일인데, 돈을 버는 일과 무대에 오르는 게 같은 선상에 있으니 행복하지 않았고 생계를 꿈과 직업에서 분리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제가 원하는 무대를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만큼 오래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제 제가 생각하는 나은 삶은 것 같아요.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고요.
Q.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고 지금은 뮤지컬<박열>에만 완전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요. 이제 생각을 해봐야죠. 관계자분들 연락 많이 주십시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