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2024 서울 전통춤 문화제에서 안무가 안정연의 작품 ‘김영희 류 산조춤 – ‘示(시): 비로소 보이는....’이 무대에 올랐다.
김영희류 산조춤 공연을 보고 난 후, 이 작품이 전통 춤사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김영희류 산조춤’은 오로지 몸동작으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춤으로, 한국 춤의 깊이 있는 정서와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을 가장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진양조에서 휘모리장단으로 이어지는 빠른 리듬 속에서 감정의 흐름을 몸짓으로 드러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춤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특히, 감정의 깊이를 극대화하는 섬세한 동작들과 호흡이 주는 여운은 전통 춤의 품격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 감정선에 몰입하게 했다.

또한, 재창작된 작품 <示(시) : 비로소 보이는...>에서는 전통 산조춤의 어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오방색 한지로 제작된 의상은 한국 전통 색채를 상징하며 무대 위에서 춤사위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인위적 기교 없이 호흡과 몸의 흐름에 집중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자연스럽고 유려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의상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김영희류 전통 춤의 특징인 절제된 호흡법과 하단전의 흐름을 따른 팔의 사용은 절제미와 함께 내면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공연의 백미는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된 상태에서 그것이 춤사위로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절제된 감정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전통춤이 가진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관객들은 춤을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한국 문화의 깊이 있는 콘텐츠로 경험하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김영희류 산조춤은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예술의 장을 열었다고 느껴졌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춤의 정신과 그 안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며, 관객으로서 전통 춤이 주는 감동과 여운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한편 안정연 대표의 연댄스컴퍼니는 2018년에 창단된 이래, 한국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특히 이번 전통춤 문화제에서는 안정연을 필두로 하여 전통춤의 고유한 미학과 현대적 창작을 융합한 춤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장애인과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복지 예술교육 프로그램 역시 이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