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슬렁 장면사진
연극 어슬렁 장면사진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2024년 민간축제 지원 및 육성 사업)하는 ‘제3회 연극 판(PAAN) 페스티벌’이 현재 대학로 일대에서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연극 판 페스티벌’은 최근 공연된 우수작 중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을 초청해 재공연하는 레퍼토리 연극 페스티벌로, 올해 페스티벌 두 번째 초청작은 2020년 신촌극장 초연 당시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던 <어슬렁>이 4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어슬렁>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강이 된 줄 모르고 학원에 온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사람과 사람 간의 섬세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 당시 대면 만남이 제한되던 삼엄한 시절, 작가 설유진은 닫힌 마음들에 부드러운 감각을 불어넣고자, 말랑이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연출 설유진은 두 명의 배우가 작은 공간에서 소통하는 내밀한 과정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보여준다. 조소 학원을 배경으로 낯선 두 사람이 각자 두상을 만들면서 ‘어슬렁거리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공간, 음악, 조명 등의 계산된 연출로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어슬렁거리듯’ 스며들게 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슬렁_포스터
어슬렁_포스터

배선애 연극평론가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얼굴을 직접 본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상기시켜 주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어떤 재난에서도 연극이, 예술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연극 <어슬렁>은 선명하고 단단하게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초연 때 ‘영미’역의 하영미 배우와 이번 공연에서 새롭게 투입된 ‘자연’역의 배선희 배우가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의 섬세한 감정선과 연기의 하모니를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초연 당시 신촌극장의 실제 창문을 열고 자연광을 극장으로 끌어들여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던 마지막 장면이 이번 나온씨어터에서는 어떻게 연출될지도 관심을 모으는 지점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지나간 과거가 되었으나 그 당시 우리에게 첨예하게 다가왔던 서로 마주하고, 대화하고, 느끼며 사는 ‘인간다운 삶’의 소중함을 연극 <어슬렁>으로 다시 한번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설유진 연출은 극단 907 대표로 연극 <9월> <제4의 벽> <홍평국전> 등을 쓰고 연출했으며 ‘제12회 두산연강예술상(공연부문)’을 수상하였다.

연극 <어슬렁>은 10월 23일(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27일(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되며, 24일 목요일 공연 종료 후 배선애 연극평론가 사회로 연출 및 출연 배우들과 함께 ‘예술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에 대해 더욱 풍성하게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제3회 연극 판 페스티벌’의 마지막 초청작인 극단 D7의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작‧연출 정범철)는 11월 6일(수)부터 10(일)까지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밖에도 <판(PAAN) 특강 시리즈>가 ‘나의 이야기–배우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10월 28일(월)부터 11월 1일(금)까지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1층 라운지에서 열린다. 강연자로는 배우 최무성, 캐스팅 디렉터 최철웅, 배우 박건형, 연출가 민준호, 그리고 국립극단 예술감독 박정희 연출이 참여한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연극 워크샵 <프로젝트 판(PAAN)치기>는 참가자 모집이 조기에 마감되는 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세혁 연출이 총괄 코디네이터로, 강훈구, 장한새, 김남언 연출이 각 팀의 리더로 참여하는 이번 워크샵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워크샵의 결과물을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 예약은 추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홈페이지 및 SNS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연극 <어슬렁>과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는 현재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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