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존 희곡을 현 시대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극단 고래의 <비명자들>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가 11월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극단 고래의 비명자 시리즈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고통을 전면적으로 마주한 작품으로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그 이름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현대사회의 혐오의 굴레가 더 이상의 희생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출발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동반되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하여 비명이란 거대한 인류적 재난의 긴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고통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난 8일 금요일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전막 시연으로 프레스콜이 진행되었다.
본 작품은 뉴스와 자료화면으로 시작되는데 이 작품이 전하고자 메시지의 시작점으로 비명자1, 2 시리즈를 안 보신 분이라면 꼭 리플렛을 읽어 보고 공연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2017년 시작된 '비명자들 시리즈1, 2'가 실체가 없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하여 고통에 관한 서정시를 선보였다면 비명자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비명자들3'는 비명자를 죽이고자 하는 거대 권력과 비명자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금의 시대에 만연한 여러 형태의 혐오와 그 혐오가 일으킨 학살의 역사을 밑바탕으로 근현대사의 비극뿐 아니라 현시대에도 만면하게 퍼져있는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와 혐오를 다룬다.
전 세계는 비명자들의 출현으로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비명이 고통이 더 이상 전염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안전과 평화를 앞세워 비명자들을 학살하려는 사람들은 비명자들을 DMZ으로 옮겨 학살하자는 극단적인 의견이 제기한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인간성과 윤리가 시험대에 오르는데...
고통은 저마다의 크기도 깊이도 다르지만 인간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다.
고통의 원인은 국가라는 거대권력과 급박하게 변모하는 현대사회, 높은 학력과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 기준,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 등 현대인들이 사회생활 속에서 인간과 부딪히며 서로를 향하게 되는 혐오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품 속 등장하는 혐오의 피라미드는 일상에서의 편견과 차별 등이 혐오표현으로 이어지고 이는 심리적 대학살까지 야기하고 있음을 말한다.

공연 초반 나도 비명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이 진행될 수록 나 자신의 고통이 두려워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 무감각한 인간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고통과 혐오가 반복되는 '혐오의 굴레'를 끊어내고 서로라는 가치의 공존을 자연과 명상의 불교적 세계관을 제시함으로써 지키고자 하는 극단 고래의 노력이 깊이 와닿는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수많은 야만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루에도 수 없는 무고한 생명들이 쓰러지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전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먼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이미 무뎌진 마음에 그들의 절규와 슬픔이 내 아픔으로 와 닿지 않는다.
이 작품 속에는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고통과 상처에 다가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기꺼이 싸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자기 고유의 사고와 행동 패턴이 있고 그것이 오래 축적되면 습관으로 굳어진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면 외부의 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 사회의 혐오를 멈추고자 노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나와 타인과 세상을 마주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고 잠시 내 고통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타인의 고통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윤정, 사혜진, 김대진, 장원경, 문종철 배우를 포함해 총 24명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해 연기하고 몸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극중 상황에 맞게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도 무척 인상적이다.
창밖에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가지와 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는 뿌리로 단단히 중심을 잡고 흔들리는 가지와 잎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이 조금만 달라진다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혐오와 편견에서 벗어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 연극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공연일정: 2024. 11. 8(금) ~11. 17(일)
공연시간 : 평일 19:30 / 주말 15시 / 월요일 휴무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10길 17 동숭동복합건물)
관람연령 : 만 13세(중학생)이상 관람가
티켓 가격 : R석 5만원, S석 3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