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블러디 러브’가 관객들을 단숨 에 사로잡는 화려한 연출력으로 연일 극찬을 받고 있다.
무대를 과도하게 화려하게 꾸미거나 복잡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와 무대 전환이 관객들 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1막과 2막 사이의 긴 시간적 공백조차 연출의 세밀한 힘으로 완벽히 메워지면서, 관객들은 그 흐름의 단절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시간이 삭제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연출의 완성도가 돋보인다.
뮤지컬 ‘블러디 러브’는 저주받은 초월적인 힘을 가졌지만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군주이자, 500년 동안 한 여인 을 기다리는 ‘드라큘라’의 절절한 순애보를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히 드라큘라라는 전설적 캐릭터를 차용한 것을 넘어, 그의 내면과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비극적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선이 깊은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한 감상이 아닌,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사유로 이끈다.
공연은 개막 이후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출이 모든 것을 평정했다”는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대와 조명,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공연의 디테일에 대 한 연출진의 세심함은 무대를 채우는 모든 요소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1막은 1469년 트란실바니아를 배경으로, 십자군 전쟁으로 얼룩진 어둡고 참혹한 중세 시대를 그린다. 이와 대조적으로, 2막은 500년 후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를 무대로, 네온사인이 가득한 휘황찬란한 20세기의 도시 문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두 시대는 극명히 대조적이지만,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관객들을 시공간의 경계를 초월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대형 LED 기둥의 움직임은 무대 의 중심을 이루며, 인물들이 처한 상황 과 감정 변화를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무대 정중앙의 계단은 절규의 언덕에서 재회의 장소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으며, 이별과 만남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무대 아래에서 올라 오는 또 하나의 무대는 공간의 확장성 을 극대화해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조명 또한 이 작품의 중요한 연출적 요소로, 각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단 하나의 핀 조명이 캐릭터의 내적 갈등과 감정선을 극대화하며, 모든 장면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장면 전환을 위해 암전된 상태에서도 연주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점은 극의 흐름 을 끊지 않고 관객들을 서사의 중심에 머물게 한다.
드라큘라 역(김법래·테이·최진혁)뿐 아니라 평생 드라큘라를 죽이기 위해 쫓는 반헬싱 역(김형묵·김준현)과 아드리아나 역(김아선·정명은), 드라큘라의 충직한 집사인 디미트루 역(남우현·후이·상연·유태양·원혁), 드라큘라를 사랑한 나머지 흡혈귀가 되기를 선택한 로레인 역(여은·이윤하)의 개성 넘치는 뛰어난 가창력의 무대를 볼 수 있는 '블러디러브'는 오는 2월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무대적 장치나 화려한 연출 때문만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동화 되고, 그들이 겪는 사랑과 고통에 자신 을 대입하게 된다. ‘블러디 러브’는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과 시간을 초월한 깊은 울림을 경 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이 끝난 뒤 에도 관객들은 500년 동안 지켜온 드라큘라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울림을 오해 기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