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존폐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강남을에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이 출사표를 낸데 이어 새누리당에서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가 거론돼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 대결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한미 FTA를 강력하게 반대해온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강남인데 이제 변할 때가 됐다”며 “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시민께 보편적 복지의 가치, 복지국가를 위한 부자증세의 필요성, 교육과 노동의 개선을 말하고자 한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강남을에 정 의원이 출사표를 낸 상황에서 현 정부의 한미 FTA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강남을 후보로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한미 FTA 논쟁이 총선 이슈가 된다면 정 의원의 대척점에 서있는 김 전 본부장을 강남을에 출마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야당이 한미 FTA 원천무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김 전 본부장의 출마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동안 정 의원과 김 전 본부장은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여 감정의 골이 깊다.
정 고문은 김 본부장에게 “이완용이 아니냐”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김 전 본부장도 “(정 의원이)정부에 계실 때(통일부 장관으로) 협상하는데 제게 많은 도움을 줬는데,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한미 FTA 비준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 방침이다.
그 선봉에 있는 정 의원이 만약 당내 경쟁을 물리치고 김종훈 전 본부장과 총선 대결을 펼친다면 강남을에서 한미 FTA를 놓고 창과 방패 대결이 벌어지는 셈이다.
다시 말해 한미 FTA 존폐 문제가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추진된 점을 들어 “정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의사결정을 거쳐 만드는 건데 당시에는 (잘못된 점이 있는 줄) 몰랐다거나 잘 챙겨보지 못했다고 하는 건 적절한 변명이 아니다”며 야당과 정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4·11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누리당에게는 철옹성과도 같던 강남구도 이제는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한미 FTA 라는 암초까지 더해져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민주당에게는 한미 FTA 비준 폐기 공약을 강남 표심을 돌릴 절호의 기회로 삼아 강남 입성을 노리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공천 경쟁과 더불어 한미 FTA라는 정책 대결 구도가 강남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은 국가대표이기도 하지만 지역대표이기도 하다. FTA 하나만 놓고 찬반 대결을 하는 건 올바른 정책 대결이 아니다”며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라든지 현실적인 지역 현안 등도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요구된다”고 한미 FTA만 부각된 대결구도를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