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화로 삶의 궤적을 풀어내는 작가 권영범이 ‘어떤 여행(Un Voyage)’이라는 주제로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4월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유나이티드갤러리에서 열린다.
권영범 화가는 1993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후, 1996년 랭스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여행’을 화두 삼아 26년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있어 여행이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여정이자 감정의 지도이며, 일상 자체가 곧 여행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기억 저편’, ‘붓을 들다’, ‘장미가족’, ‘시들지 않는 꽃’, ‘풍경’ 등 권영범 화가의 대표작들이 자리한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회화 언어로 감정의 흐름, 기억의 궤적, 생명의 흔적을 녹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상처와 회복, 고난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퍼즐 조각보’, ‘풍경 속의 여행’, ‘주머니 속 침묵여행’ 등의 시리즈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캔버스 위에 여러 색을 덧입히고, 나이프로 지워내며 드러나는 색층은 시간의 흔적이자 존재의 기억이다. 화면 속 ‘이정표’는 제도와 규범을, ‘벤치’는 만남과 기다림, 때로는 부재와 죽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징은 마치 관람객 스스로의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시들지 않는 꽃’ 시리즈에서 해바라기를 통해 그리스 신화 속 클리티에의 헌신적 사랑을 표현한 작가의 감정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삶의 태도는 그의 모든 작품에 녹아 있다.

권 화가는 “물감에 덮이지 않은 색과 표지판 이미지는 망각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라며, “삶의 단면을 여행이라는 시선으로 마주하고, 관람객 역시 각자의 ‘어떤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1999년 프랑스 ‘살롱 오랑쥬’와 2008년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한 경력을 지닌 중견 작가로, 현재는 김포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경남 김해 나비갤러리에서 지난해 4월 전시회를 여는 등 다수의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오는 8월에 청주 올리브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