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제작한 연극 <젤리피쉬>가 4월 13일 모두예술극장에서 한 달 간의 초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영국 작가 벤 웨더릴(Ben Weatherill)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의 삶과 사랑, 자립을 향한 욕망을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담아내며, 장애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초연은 지난해 진행된 작품개발 쇼케이스에서 시작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고려한 제작 방식과 예술적 시도가 한층 더 발전된 형태로 구현되었다. 실제 다운증후군이 있는 배우 백지윤이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아, 대사를 넘어선 감정과 태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고, 정수영(아그네스 역), 김바다(닐 역), 김범진(도미닉 역)은 각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 이휘종(닐 역)이 또 다른 해석으로 캐릭터에 신선한 에너지를 더했다.
특히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공연의 형태와 철학이었다. 단순히 ‘장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지를 되묻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됐다”, “내가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은 얼마나 공정한가”, “그저 연극을 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등 다양한 감상평을 남겼다. 또한, “공연의 과정 자체가 이미 저를 행복하게 한다. 이 극이 보여주는 방식, 배우와 스태프의 태도, 모두가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은 지금껏 어떤 무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 감탄하며 “이런 공연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연극 <젤리피쉬>가 보여준 공연의 형식 또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배우의 연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무대와 함께 호흡한 수어 통역과, 프롬프터의 조력 방식, 그리고 누구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음성해설, 한글자막, 터치투어 등의 배리어프리 환경은 ‘공연장에서조차 장애와 비장애가 차별 없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케 하며, 모두예술극장이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예술 생태계’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젤리피쉬>는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더 큰 의미는 그 제작 과정과 태도, 그리고 결과물에 담긴 ‘새로운 길을 여는 시도’에 있다.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장애라는 이름으로 구분 지어왔는지”, “사랑할 권리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연극 <젤리피쉬>는 장애 예술계는 물론 한국 공연예술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으며, 초연을 넘어서 더 많은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 속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초연을 통해 전해진 ‘연결’, ‘공존’, ‘존중’의 메시지는 앞으로 더 많은 무대와 관객들에게로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