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공공성 강화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도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같은 주택인데 유독 아파트만 규제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원순 시장이 '임대주택 8만호 건설' 공약을 밀어부침에 따라 주택난과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서울시에는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격변동이 심해 다른 어떤 정책보다 주택정책이 시장의 제1순위 정책으로 통한다.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정책결정이나 방침변경은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같은 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13일 개포주동 2∙3∙4단지와 개포시영 등 4개 단지의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심의하면서 기존 60㎡ 이하 소형주택 가구수를 기존 가구의 50% 이상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모두 60㎡ 이하의 소형으로 구성된 개포 3∙4단지와 개포시영은 전체의 20% 수준인 소형주택 물량을 4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용 84㎡형 아파트를 배정받기로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건축 수익이 5,0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박 시장이 친서민 정책이라 강변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도 초래할 것을 보인다.
건국대 유선종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들어오고 나서 재건축 재개발 지구에 대해 가격 하락 폭이 눈에 띄게 현저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유는 친시장적 정책이 아니라 반시장적 정책을 펴는 것 같다. 용적률 상향 조정,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 서민위주 정책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내용을 들여다보면 주택공급이 경색이 되고, 그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국토부의 제동=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13일 박 시장의 뉴타운∙재건축 정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지 않도록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며 "시장을 너무 위축시키는 쪽으로 몰고가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박 시장의 정책을 비판한 배경에는 서울이 주택공급상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개발 가능한 택지가 거의 없고해마다 6~7만 가구의 신규 주택 수요가 생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져 2~3년 뒤에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특히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 이후 60㎡이하를 배정받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경우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고 공급시기가 늦어져 주택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 반발 잇따라=주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개발∙재정비 촉진도 아니고 자기집에 투자해서 잘 되겠다고 하는 건데 서울시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박치범 개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어떤 평형을 지을 지는 조합원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심의권을 이용해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포주공1단지 김모 조합원은 "개포지구처럼 소형을 확대하면 집값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집을 줄여서 가야 하는 건 난센스다"라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없나=전문가들은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시 정책입안자들의 주택정책 자체가 방향이 너무 의도된 모양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징적으로 강남 3구의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정책개입이 시장을 왜곡 시키고 있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구조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김현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만약 재건축 시장을 규제하고 통제한다면 시장 임기 중에는 재건축 추진이 올스톱될 것이다. 이 경우 오히려 임대주택 공급에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한나라당 주영길 의원은 "토지 공개념을 잘못 적용했다. 사실상 (서울시의)횡포"라며 "서울시는 수익성만 따지지 말고 지하공간 개발에 눈을 돌리는 등 공공기여의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