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콜 시연 사진 ㅣ 서울자치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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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을 바꿨을 때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어떤 값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하며 다 같이 연구해서 만들었다.”

배우 박정복의 말처럼, 창작진은 물론 출연진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지칠 때까지 연습하며 ‘세계 최초’에 도전한 결과가 무대에 올랐다. 레드앤블루가 선보이는 연극 ‘디 이펙트’가 그 결과물이다.

연극 ‘디 이펙트’가 19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프레스콜 행사를 개최했다. 1막 1장부터 시작해 총 13개의 장면을 각 배우들이 무대에서 펼쳐 보인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 이어, 민새롬 연출을 비롯해 12명의 출연진이 참석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디 이펙트’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루시 프레블의 희곡으로, 항우울제 임상 테스트에 참여한 ‘코니’와 ‘트리스탄’, 그리고 이 테스트를 감독하는 박사 ‘로나 제임스’와 ‘토비 실리’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사랑과 슬픔’을 다룬 이야기다.

이번 ‘디 이펙트’ 한국 초연은 세계 최초의 젠더벤딩 캐스팅으로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젠더벤딩이란 작품 속 원래의 성별을 역전하면서 작품의 의미나 관계망까지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젠더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캐스팅을 의미한다. 기존 젠더프리 캐스팅과 다른 범주의 새로운 도전이기에, 간담회 현장에서도 젠더벤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프레스콜 시연 사진 ㅣ 서울자치신문 DB
프레스콜 시연 사진 ㅣ 서울자치신문 DB

민새롬 연출은 젠더벤딩의 의도와 기대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관습적인 서사에서 감정이나 마음에 예민하고 민감한 이슈가 있는 사람들을 여성 캐릭터에 부여하고, 개방적이거나 자유 의지가 크게 발현되는 인물을 남성 캐릭터에 부여하는 방식이 많았다”라며 “이제는 그와 반대로 어떤 경우의 수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국 에이전시에서도 한국 프로덕션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나도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고백하자면 (젠더벤딩팀의) 박정복, 이설, 김영민, 양소민 배우 모두 저보다 드라마 터치가 훨씬 좋은 배우들”이라며 “예를 들어 박정복 배우가 연습을 할 때 제게 ‘이건 그냥 바꿔야 할 문제가 아니라, 바꿔서 더 좋아야 하거나 더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만큼 배우들이 젠더벤딩을 했을 때 주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의 특성이나 대서의 해석 등을 많이 찾아줬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젠더벤딩으로 코니 역할을 연기하는 박정복 역시 “저희가 대본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지점이 젠더프리와 젠더벤딩의 차이에 대해, ‘인물이냐 성별이냐’는 부분이었다”라며 “극 중 스트루프 검사 장면의 경우, 각색에서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트리스탄(이설 분)에게 의미가 있는 단어가 됐는데, 이건 성별이 아니라 인물에 따라 남성에게도 의미 있는 단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디 이펙트’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삭막할 정도로 텅 빈 느낌을 주는 무대와, 무대 뒷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LED 화면을 통한 영상의 활용이다. 이에 대해 민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험이라는 하나의 상황이 유지되는 작품인 만큼 구조적으로 관객들이 좀 지루하게 따라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클래식하고 고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의 구조에 역동성을 주기 위해 배우들에게는 격렬한 설전의 장으로서 빈 무대를 두고, 관객들에게는 장르적인 타격감이 있는 시청각적인 요소들로 채워보자는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0일 개막한 연극 '디 이펙트'는 오는 8월 31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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