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_옹성우(윌 셰익스피어), 김향기(비올라 드 레셉스) (제공 ㈜쇼노트)
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_옹성우(윌 셰익스피어), 김향기(비올라 드 레셉스) (제공 ㈜쇼노트)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낭만과 유머가 공존하는 16세기 런던으로 돌아가 그 시대 특유의 시와 사랑, 그리고 연극의 탄생 순간을 무대에서 만나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몇 년 전 ‘페리클레스’를 볼 때도 느꼈지만, 안으로 깊게 뻗어나가는 무대 구조는 관객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무대 디자인이 살아 있어 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최근 자주 활용되는 1, 2층 무대 구성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입체감을 더했다.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딕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이상이와 김향기라는 배우의 캐스팅이 마음을 끌어 두 배우의회차로 관람했다. 두 사람은 명확한 발성과 감정 전달력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고, 특히 키 차이가 무려 30센티미터에 달하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렘을 자아내게 했다. 

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_이상이(윌 셰익스피어), 이주영(비올라 드 레셉스) (제공 ㈜쇼노트)
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_이상이(윌 셰익스피어), 이주영(비올라 드 레셉스) (제공 ㈜쇼노트)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액터뮤지션들의 존재였다. 단순히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수준을 넘어 극에 호흡을 불어넣는 듯한 현장감이 있었다. 라이브 연주가 배우들의 대사와 맞물려 흐를 때, 관객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배우와 함께 '살아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무대와 음악, 대사가 하나로 엮이면서 공연의 매력이 배가되었다.

또한 이번 무대는 단순히 고전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 현대적 감각의 연출이 덧입혀져 고전의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본질의 아름다움을 지켜냈다. 셰익스피어가 사랑과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했고, 그 속에서 관객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 (제공 ㈜쇼노트)
2025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_공연사진 (제공 ㈜쇼노트)

셰익스피어 작품은 어느 극단이 연출을 맡아도 크게 불호가 없는 편이지만, 이번 공연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즐겁고 유쾌했다.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무대는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결국, 이 작품은 무대의 깊이와 배우들의 호흡, 그리고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한 편의 시와도 같았다. 관객으로서 다시금 연극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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