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전 서울시의원, 도시공학박사, 강남재건축자문위원장
이석주 전 서울시의원, 도시공학박사, 강남재건축자문위원장

 지난 7월 27일(일) 오전 8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양재천 북단 영동 3~4교 사이에서 일요 건강 달리기 동호회 회원 20명이 주말 훈련을 하던 중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10km 훈련 도중 회원 안OO 씨가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길가 숲 쪽에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고, 심장 박동마저 멈추는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그 순간 인근에 있던 이태호(39세) 씨가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뜨거운 땀을 흘리며 이어간 그의 침착하고 신속한 조치는 1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환자를 안정적으로 인계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씨는 즉시 영동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양재천의 기온은 섭씨 30도를 훌쩍 웃도는 폭염이었고, 예기치 못한 사고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나는 약 300m 뒤에서 뛰고 있다가 상황을 인지하고 곧바로 구급차를 요청했으며, 현장에서 함께 CPR을 돕고 병원으로 동행했다. 그러나 도착 직후 당직 의사는 “심장이 거의 멈춘 상태여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보호자 대기를 당부했다. 환자는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왼쪽부터 일건달클럽 회원 이석주, 의인 이태호씨
왼쪽부터 일건달클럽 회원 이석주, 의인 이태호씨

그러나 밤새 이어진 의료진의 집중적인 응급처치와 간호 끝에 기적이 일어났다. 7월 28일 새벽, 환자가 미약하게나마 의식을 회복한 것이다. 이후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거쳐 열흘 남짓 치료를 받은 뒤 무사히 퇴원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의료진의 헌신, 가족의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젊은 의인의 용기 덕분이었다.

이태호 씨는 군과 호텔 근무 시절 익힌 CPR 덕분에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보람과 감사의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사건이 있었던 같은 장소, 양재천에서 8월 6일(일)에는 동호회 회원 30여 명이 다시 모였다. 이태호 씨와 건강을 되찾은 안OO 씨가 함께한 자리에서 회원들은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하며 서로의 생명을 지켜낸 소중한 연대를 확인했다.

일요건강달리기클럽 동호회 회원
일요건강달리기클럽 동호회 회원

이번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응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대응과 공동체의 연대이며, 이를 위해 기본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있어 누구도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사를 오간 동료를 지켜낸 용기 있는 젊은이의 행동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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