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치신문 칼럼필진, 장애인신문사 논설위원, 서울시 강남구 음식폐기물 발생억제 성과평가위원, 서울시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필진, 장애인신문사 논설위원, 서울시 강남구 음식폐기물 발생억제 성과평가위원, 서울시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대통령실이 주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복지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가 아닌가"라며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면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관에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지출할 때 대상자가 정해진다. 그런데 왜 굳이 신청 제도를 운용하느냐"며 "정보화 사회라서 다 알고 있는데, 모두 지급하고 자격이 안되는 사람은 지급하지 않으면 되는데 왜 굳이 신청하게 해서 행정력을 낭비하느냐"고 반문했다. 각종 지원 사업 대상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대상자한테 신청하라는 행정편의주의를 지적한 것이다. 이대통령 지적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찾고 지급하는 노력을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본인이 수령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을 안 하는 것으로 하면 굉장한 대전환"이라며 "철학 자체가 다른 건데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복지신청주의란 정부나 지자체가 복지 혜택을 제공할 때,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운영 방식을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노인, 보훈대상자 등 정부의 거의 모든 복지 지원에 신청주의가 적용되고 있으며 행정 효율성과 예산 관리를 위해 오래 전부터 적용된 원칙으로, ‘필요한 사람만 신청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령, 저소득층, 장애인, 저학력층 등은 정보 접근성이 낮아 제도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신청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과 저학력층의 경우 정보력, 디지털 문해력 등이 부족해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2월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창신동 모자 사건’(2022년), ‘익산 모녀 사건’(2025년 5월) 등이 복지 신청의 무지와 정보력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부는 ‘내가 복지 대상자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싫다’는 이유로 신청을 꺼리게 된다. 이로 인해 실제 필요하지만 신청하지 않는 ‘숨은 빈곤층’이 늘어나며, 복잡한 신청 절차와 엄격한 복지서비스는 부처와 기관별로 흩어져 있어, 같은 사람이 여러 부처에 중복 신청을 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존재하며 서류 제출, 자격 심사 과정도 복잡해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빅데이터, AI,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산정의 행정 정보를 이용하여 찾아가는 복지 전달체계의 능동적 발굴 시스템으로 속히 전환 해야한다. 탈세나 범죄 혐의자 수사 등은 최첨단 정부 조회 시스탬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위기가구를 사전 발굴하고, 선제적 찾아가는 복지 전달체계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전환 해야하며,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직접 안내하고 상담해주는 아나로그 방식도 필요하며 병행해야 한다.

‘정부24’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정보 이용동의서 한번의 신청으로 여러 복지 혜택을 연계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통합 복지신청 체계 구축으로 개선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주민센터, 복지관,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에서 찾아가는 복지 상담 및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직계 가족의 대리 신청 서비스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복지 인식 개선과 홍보교육을 강화하여 복지를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낙인 효과를 줄이고, 필요한 사람들이 주저 없이 복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적 관계망의 자원봉사센타, 사회복지공동 모금회, 지역 돌봄시스템 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축해 행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여 관계 속에서 ‘숨은 위기가구’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고립감을 줄여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H연구위원은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자동지급은 획기적인 조치이고 ‘몰라서 못 받던 복지’ 문제 해소에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라며 “수급 기준 완화, 현장 공무원의 재량권 확대, 복지 자원 확충을 병행해야 수급률을 높이고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빈곤사회연대에서 횔동하는 복지전문가는 “문제는 ‘신청주의’ 자체가 아니라 강한 ‘선별주의’”라며 “부양의무자·재산·근로 능력 평가 등 지원 기준을 먼저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행정은 효율과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헌법에 보장된 생존권의 문제이다. ‘찾아가는 자동 복지지원 서비스’가 실시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통합과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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