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극장 산울림은 개관 40주년을 맞아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연한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타계한 故 임영웅 연출가의 1주기를 기리며, 그의 연출 노트를 바탕으로 6년 만에 다시 올려진다.
1969년 국내 초연 당시 임영웅 연출이 직접 무대화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은 난해하다"라는 인식을 깨뜨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50여 년 동안 약 1,500회 공연, 22만 명의 관객을 만나며 한국 연극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이 작품의 성공은 극단 산울림 창단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러다 2019년 5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려진 후, 임 연출의 건강 악화로 무대에 올리지 못하다, 지난해 5월 타계한 고(故) 임영웅 연출의 1주기를 맞아 6년 만에 연출가의 해석을 그대로 담아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산울림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심재찬 연출이 임영웅 연출의 세밀한 노트를 토대로 원전을 충실히 재현한다.
블라디미르 역에 이호성, 에스트라공 역에 박상종, 포조 역에 정나진 등 오랜 시간 작품과 함께 해온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며, 럭키 역에는 문성복, 소년 역에는 문다원이 새롭게 합류해 완성도를 더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 하나 오지도 가지도 않는군"
<고도를 기다리며>의 기다림은 약속의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심지어 대상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앙상한 나무 한 그루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주문처럼 '고도를 기다리며'를 주문처럼 반복되는 대사를 나누며 알 수 없는 존재를 기다린다.
'고도는 누구일까? 왜 기다리는 걸까?'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는 슬픈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에게 당신의 '고도'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개막 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고도를 기다리며' 프레스콜이 진행되었다.
1막 시연이 있은 후 기자간담회로 이어졌다.
고도를 기다리며 조연출로 참여했다가 이번에 연출을 맡은 심재찬 연출은 스승의 연출 의도를 충실히 살려 재현할 예정이다. 베케트가 창작할 당시에는 낯선 형식에 부조리극이라고 표현됐지만 현재에 와서는 오히려 리얼리즘 연극에 가까운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승인 임 선생님은 자로 잰듯한 연출을 한다. 배우들에게 일일이 디테일하게 시선까지 요구했었다. 조연출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특히 소년 역의 배우가 블라디미르를 쳐다보지 않고 대사를 하도록 한 연출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 이젠 소년이 친절하게 얘기하지 말라는 훈련을 받고 온 느낌이 들도록 연출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94년 블라디미르 역으로 출연해 30여 년 동안 작품과 함께 해오고 있는 이호성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대인관, 사회관, 인생관, 가치관 등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베케트가 내 삶을 계몽시켰다."고 밝혔다.
또 임영웅 연출의 꼼꼼한 연출을 회상하며"그의 작품 노트엔 '세 발짝 반에, 시선을 45도로 틀어서' 등 동선과 시선 하나하나 명료하게 규정돼 있다. 그렇게 우리는 임영웅한테 꽁꽁 묶여 있다. 연출의 의도가 워낙 상세해서 실제 공연에서는 한 번도 정확하게 맞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선 하나만 틀려도 다 기억했다가 지적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좋았으며 칭찬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라며 임 연출을 회상했다.
2005년부터 에스트라공 역으로 출연 중인 박상종 배우는 "산울림의 40주년을 넘어 임 연출의 1주기를 추모하는 의미가 크다. 하늘에서 이 공연을 지켜볼 그분께 바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한편,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 중 인물인 고고와 디디 두 주인공이 불확실한 존재 '고도'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사로 전개, 희망 없는 기다림 외에 아무 사건도 발생하기 않기 때문에 초연 당시 논란에 휩싸였다.
수십 년간 이 작품에 참여해온 창작진과 출연진들도 여전히 어려운 작품으로 고도의 존재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난무한다.

'고도'가 누구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상종 배우는 "작가 베케트는 고도가 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기원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고도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의탁할 수 있는 절대자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호성 배우는 "포조가 고도가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강력하게 부정한다. 고도는 관객에 따라서 수많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옛날 교도소에 공연을 갔다고 한다. 수감자들에게 고도가 누구인지 공연이 끝나고 물었는데 그들에게서 술, 와인, 빵, 여자, 고기, 여행 등 다 달랐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도가 누구인지 단정 지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고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관객에게 던진다.
소극장 산울림의 개관 40주년 기념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