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KT AI P.A.N. 영화제 단편 부문 최우수상은 강응빈 감독의 작품 <눈이 내리면 장승은 말한다>가 차지했다. 눈 덮인 시장 한가운데, 이름 없는 아이와 장승이 교감을 나누는 이 단편은 언어를 잃은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름과 부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화려한 액션과 기술적 스펙터클을 앞세운 수상작들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강 감독의 작품은 AI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서정’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AI 영상의 여러 제약을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AI 배우 얼굴의 연속성이나 어색한 음성 처리의 한계를 넘어, 강 감독은 배우의 실제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해 작품의 정서를 살려냈다. 또한 한국적 소재인 장승을 스크린 위에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초기 AI 출력물은 외국 석상이나 괴수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와 장승이 마주하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차례 이상 시도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 집요함이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강 감독은 극작을 전공한 이력답게 영상의 서사보다는 ‘말’과 ‘시적 정서’에 방점을 두었다. <눈이 내리면 장승은 말한다>는 기승전결의 단단한 구조라기보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빚어낸 영상시(映像詩)에 가깝다. 언어가 사라진 마을에 다시 말이 돌아오는 순간, AI 영화는 기술을 넘어 감성과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수상에 대해 강응빈 감독은 “극영화 준비 과정에서 여러 번 좌절을 겪었지만, AI 영상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다”며 “AI는 결국 도구일 뿐,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언어에서 시작해 인간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은 배우고 있는 단계이지만, 서사의 힘을 살려 더 깊이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한편, 올해 KT AI P.A.N. 영화제의 수상작들은 KT 지니TV 유튜브 채널 ‘지니어스 컷’과 지니TV VOD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