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실험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보궐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안철수 서울대융합과기술대학원 원장을 설득해 단일화에 성공하고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통합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제친데 이어 본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또 강용석 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제기한 아들 병역기피의혹을 털어내고 강 의원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등 '초짜' 정치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전연승을 거뒀다.
특히 안 원장과의 단일화 논의 당시 50%대의 지지율을 보이던 안 원장에게 5%대의 지지율을 보이던 박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는 '첫단추'가 잘 꿰어진 것은 평소 박 시장이 권력욕에 관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한 민주당 경선 당시 불리한 경선룰 등으로 인해 청와대, 정보기관, 대기업 등에서 박영선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으나 이를 뒤업고 극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이때 시민들의 '막강 파워'를 깨달은 박 시장은 현재 '원순씨를 빌려드립니다'라는 타이틀로 시민들이 사연을 각 부서로 신청하면 박 시장이 직접 부서로 찾아가는 소통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서민 프렌들리'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행보로 인해 '박원순의 행보는 뭐든지 파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어눌한 듯하면서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이미지로 잘 포장이 되어 있지만 모순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관여해온 조직으로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이 있는데 2006년 삼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진보진영을 들끓게 만들었던 사례가 그것이다.
재벌기업의 후원에는 그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당시 그의 진정성이 정치적 야망을 위한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들 주신씨 병역기피의혹도 마찬가지다.
강용석 의원이 병무청에 제출한 주신씨의 자기공명영상(MRI)사진이 바꿔치기 됐다며 압박의 강도를 점차 높일 때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강 의원이 공개 신체검사를 통해서도 4급 판정을 받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승부를 걸자 공개검증이라는 카드를 꺼내 일순간에 '공수'위치를 바꿔버렸다.
그러나 박 시장의 공격은 '용서'라는 카드였다.
박 시장은 "용서해선 안 된다는 많은 분들 계시지만 제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들 용서하겠다. 시민들이 심판해줄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노이즈마케팅 차원의 의혹제기를 십분활용해 다시 포용의 제스처로 '통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박 시장이 정치실험에 연거푸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이 이미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최고의 목표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하고 나면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박 시장은 필연적으로 (차기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