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이석규

 

 

 

집채만 한 파도 너머에 섬이 있습니다

 

갈매기 울어도

해당화 피고

해당화 꽃잎을 바람이 자꾸 흔드는

그 섬은 詩입니다

 

앗, 그런데

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일까요?

내가 그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걸까요?

그가 없습니다

내가 남루해서 사라졌을까요?

 

그래,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아침으로 가는

파도를 타고

지금 막 생각난 詩의 한 구절을

질겅질겅 씹습니다

그 구절 앞세워 섬에 갑니다

 

날마다 詩 한 줄 쓰려고

그가 부재인 섬을 바라보며

난 빈 배를 탑니다

파도치는 뱃머리 아직 견딜만합니다.

 

▲ 1954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2006년 CHOL 문단작가와2008년 月刊 시사문단으로 등단했으며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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