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이석규
집채만 한 파도 너머에 섬이 있습니다
갈매기 울어도
해당화 피고
해당화 꽃잎을 바람이 자꾸 흔드는
그 섬은 詩입니다
앗, 그런데
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일까요?
내가 그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걸까요?
그가 없습니다
내가 남루해서 사라졌을까요?
그래,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아침으로 가는
파도를 타고
지금 막 생각난 詩의 한 구절을
질겅질겅 씹습니다
그 구절 앞세워 섬에 갑니다
날마다 詩 한 줄 쓰려고
그가 부재인 섬을 바라보며
난 빈 배를 탑니다
파도치는 뱃머리 아직 견딜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