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인 영화 ‘더 테이블’이 오는 24일 개봉된다.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로 접어드는 8월의 마지막 주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상업적 의도 없이 저예산으로 7일 만에 촬영을 끝낸 영화 ‘더 테이블’은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주인공으로 정준원, 전성우, 김혜옥, 연우진이 조연으로 나온다. 영화의 소재는 테이블과 흰 꽃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일어나는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관객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네 가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오전 열한 시, 에스프레소와 맥주’는 유명한 연예인이 된 유진과 옛 애인 창석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이 현재의 만남을 통해 변질되고 망가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는 하룻밤을 함께 지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눈빛과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드러내며 다가가는 탐색의 과정을 다루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는 사기결혼의 신부 역할인 은희와 가짜 모친역할인 숙자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설정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다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네 번째 에피소드인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는 헤어졌지만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두 연인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다.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혜경의 대화는 결혼 전 연인들의 고민과 선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최악의 하루’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김종관 감독의 신작으로써 여성의 심리를 대변한 섬세한 연출과 그림 같은 영상미로 전개된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솔직하지 않고 의존적이며 약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라며 “오고 가는 두 사람만의 사적인 대화들 안에서 사람의 어리석은 근성과 삶의 단면들,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가길 바랐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내용도 없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나오지도 않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탁구공처럼 주고받는 감성의 줄다리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잔잔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다.

 

김정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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