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유리동물원’,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의 작가로 잘 알려진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인간 소외와 현대인의 황량한 내면을 섬세하고 예리한 사실주의적 묘사로 밀도 있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1959년 리처드 브룩스 감독,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으며, 당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로 묘사되는 극중 인물 마가렛(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강렬한 이미지는 이후로도 이 작품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마가렛은 한때 전도유망했던 미식축구선수였으나 지금은 술에 탐닉한 채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는 남편 브릭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브릭의 아버지 빅대디는 아들을 알코올 중독에서 끌어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추궁한다. 브릭은 자신과 동성애적 감정을 나눴던 친구 스키퍼가 자살한 이유가 자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괴로워하며 빅대디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한편 빅대디의 죽음이 임박하며 폴리트 가(家)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몫을 찾고 입지를 굳히려는 마가렛은 거짓 임신 선언을 하는데….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65세를 맞이한 아버지 빅대디의 생일날 모두 모인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욕망이 한 데 뒤엉킨 어느 여름밤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사실주의적 작법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섬세한 지문과 대사로써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허위’안에 갇힌 인간 군상들을 예리하고도 격렬하게 묘사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무대 위는 끊임없는 소통의 시도들로 가득하지만, 그 공간은 뜨겁고도 공허하며 외롭고 단절되어 있다. 공연은 '잘자요 엄마', '블랙버드',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등의 작품을 통해 2인극 연출의 1인자로 인정받는 문삼화 연출이 번역과 연출을 맡았고 이호재, 이정미, 이승주, 우정원 등이 출연한다. 문삼화 연출은 "작가가 처음 내놓은 초고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다른 버전의 대본을 섞었다. 극에서 '모두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있는 고양이. 모두가'라는 마가렛의 대사가 나온다. 모든 등장인물이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적나라함과 현실바깥의 환상성을 쫒는 인물이 공존해 있다. 관객은 공연을 통해 환상성의 프레임을 통한 현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1959년의 영화를 떠올리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고전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갖춘 테네시 윌리엄스의 수작이지만 쉽게 무대에서 만날 수 없어 더욱 귀한 작품인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는 11월 5일(일)까지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일정: 11월 5일까지 / 공연시간: 화, 수, 목 오후 7시 45분 / 금, 토, 일 오후 3시 출연: 이호재, 김재건, 이정미, 김지원 등/ 공연장소: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관람가격: R석 6만원 / OP석 4만5천원 / S석 4만5천원 / A석 3만원

 

<김정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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