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간호사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내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작품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다. 독일은 통일 전 서독과 동독으로 나뉜 상태였고, 서독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 호황을 누린다. 노동력 유입이 절실했던 독일은 한국을 포함한 비유럽권에 대거 간호 여성 인력을 요청한다. 당시 한국에 있던 간호 여성들은 서구 선진 국가에 대한 동경과 여성으로 겪고 있던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등 단순히 경제적 동기 외에도 개개인의 다양한 이유로 독일로 향한다.
독일어 한 마디 하지 못한 상태로 낯선 상황에서 간호와 간병을 동시에 해야 하는 독일의 간호 시스템에 적응하는 간호 여성들. 그들은 한국에서 기회가 없었던 공부와 이국적인 경험들로 병원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며 독일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1973년, 국제 기름파동으로 서독 경제에 어려움이 생기자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던 한국 간호사들에 대한 노동계약 연장이 거부되며 이민청에서는 간호 여성에 대한 체류허가를 중단한다. 한 순간에 강제송환의 상황에 처한 간호여성들은 부당한 상황에서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이번 연극은 1970년대,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지던 ‘파독간호사’를 둘러싼 편견과 잘못된 이미지를 버리고, 그들 개개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닌, 개인의 자유와 꿈을 위해 독일행을 선택했던 간호여성들의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적인 김재엽 연출의 화법으로 40년 전 우리의 현대사부터 지금 우리의 시대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배우 예수정, 전국향, 홍성경, 이영숙은 40년 전 본인의 권리를 위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연대하고, 행동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한 당당한 재독 이주여성의 역할을 맡아 무대 위 카리스마를 보여줄 예정이며, 배우 이소영과 김원정은 재독 이주여성의 젊은 시절 모습과 그들의 가치관을 잇는 다음 세대 여성의 역할을 맡는다. 독일 배우 윤안나, 필립 빈디쉬만은 이주여성이 독일에서 적응하는 다양한 장면에서 독일어와 유창한 한국어로 리얼리티와 극의 재미를 살릴 것이다. 재엽 역에는 <알리바이 연대기>, <생각은 자유>에 이어 정원조 배우가 극의 이야기를 이끈다.
독일 간병시스템 업무에 적응하던 와중 간호사들의 아침식사까지 준비하며 울컥함에 그릇을 몽땅 깨버린 ‘정희’의 이야기, 고된 간호사 업무 중에도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은정’의 이야기, 1973년 국제 기름파동으로 독일에서 이주여성들의 체류허가를 중단하자 ‘노동력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간호복의 한쪽 팔 부분을 자른 ‘순이’, ‘정숙’, 그리고 ‘정자’. 세상을 바꾼 영웅은 아니지만 삶의 주체를 점차 본인으로 변화시킨 진정한 ‘걸크러쉬’로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정민 편집위원>
공연일정: 12월 3일까지 / 공연시간:
화-금 오후 8시 / 토 2시, 6시 / 일 3시 (* 월요일 공연없음/ 단, 11/29(수) 오후 3시) / 출연: 전국향, 이영숙, 홍성경, 정원조 등/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관람가격: 정면석 55,000원 / 측면석 30,000원 / 3층석 1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