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싱가포르, 필리핀, 중국, 일본을 거쳐 지난달 드디어 한국 무대에 상륙했다. 1992년 개봉한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뮤지컬로 탄생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는 물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6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푼젤’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명곡을 작곡한 거장 알란 멘켄이 곡을 쓰고, 브로드웨이에서 35편 이상 공연을 올리며 토니 어워즈를 4번이나 수상한 베테랑 제리 작스가 연출을 맡아 단번에 성공작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이번 아시아 투어는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를 맡으며 주목을 받았으며, 브로드웨이 판 공연을 온전히 국내 무대에서 즐길 수 있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는 암흑가의 거물인 커티스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다. 잡히기만 하면 당장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는 경찰에 신고한 뒤 증인이 되는 조건으로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경찰이 그녀를 외부와 단절된 수녀원에 숨기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수녀로 변장한 들로리스는 수녀원의 엄격한 생활방식과 보수적인 수녀원장의 감시 아래 답답함을 느끼며 몸부림친다. 수녀원에서 매일 말썽을 피우던 어느 날 그녀의 손에 성가대 지휘봉이 주어진다. 그녀만의 넘치는 에너지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어느덧 동료 수녀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성가대의 공연은 재미있고 파격적인 콘셉트로 세간에 알려지지만 그녀의 위장이 들통 나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불러들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품격이란 이런 것’을 보여주듯,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기량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다. ‘들로리스’ 역을 맡은 데네 힐은 스웨그 넘치는 그만의 소울과 풍부한 가창력을 뽐내며 싱크로율 100%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원장 수녀’ 역의 레베카 메이슨 와이갈 역시 깐깐하고 엄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을 연기하며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배우 중 유일하게 한국 출신인 김소향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여태껏 늘 백인 여배우만 맡아왔던 ‘메리 로버트’ 견습 수녀 역에 동양인 최초로 발탁된 그는 ‘왜 김소향이어야 했는지’를 유감없이 증명해낸다. 작은 체구에서 풍기는 사랑스러운 매력은 캐릭터와 잘 녹아났고, 넘버 ‘살아본 적 없는 삶’에서 보여준 가창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누구나 아는 스토리임에도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객석에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전파한다. 디스코, 가스펠, 블루스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 어려운 동작이 없어도 신나게 흔들어내는 배우들의 댄스는 객석을 웃음으로 가득 채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연말에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누구와 봐도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내년 1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김정민 편집위원>

 

공연일정: 내년 1월 21일까지 / 공연시간: 화,목,금요일 8시, 수요일 3시, 8시, 토,일,공휴일 2시, 7시 / 출연: 드네 힐, 브랜든 고드프리, 김소향 등/ 공연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 관람가격: 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 S석 8만 원, A석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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