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저자: 브리짓 퀸

출판사: 아트북스 / 18,000원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의 이야기는 미술사가이자 이 책의 지은이 브리짓 퀸이 대학 시절, 미술사 수업의 교과서였던 H. W. 잰슨의 『서양미술사』를 살펴보던 중 방대한 미술사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여성 예술가가 고작 열여섯 명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800쪽에 이르는 책에서 여성 예술가의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17세기 초 이탈리아 바로크 부분이다. 노클린은 과거에도 분명 훌륭하고 흥미로운 여성 예술가들이 존재했지만 그들 중 미켈란젤로나, 렘브란트, 피카소 등에 필적할 예술가들이 탄생할 수 없었던 이유를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가부장적 사회 제도와 교육의 문제로 분석한다. 지은이는 오랜 세월 미술사에서 지워졌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을 추적하고 재발견해 새롭게 조명함과 동시에 그들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당시의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현재에 이르렀으며, 그들의 예술이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가부장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역사 속 익명들의 이름표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 같은 과정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명징한 눈으로 예술을 창조하고 역사를 일궈낸 여성들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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