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선거에 패한 한나라당 내에서 혁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고, 민주당도 자당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와대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논란, 전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비리 문제가 이번 선거의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나라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거둔 성적이라 당내 불협화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단 홍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패배로 물러난 정몽준 전 대표와 올해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처럼 사퇴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평소 홍 대표와 각을 세웠던 비주류 인사들의 반발 움직임도 포착된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건 당에 A급 태풍이 밀어닥친 것"이라며 "당 지도부 교체는 물론 내년 총선 공천에서의 인적 쇄신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패배의 저변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는 만큼 청와대에 대해서도 비판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맞물려 한나라당이 제2창당 수준의 혁신과 혁신이 이뤄질 지도 관심거리다.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선 졌지만 지방에선 한나라당이 선전한 것을 두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선거는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안일한 인식이 이번 선거의 패배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을 비판하는 소리도 있다. 차차기 대권에 욕심을 부려 무상급식 투표를 강행한 점이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에서 사퇴해 서울시민들에게 두 번이나 표를 달라고 요구하게 만든 점 등이 오세훈 '원죄론'의 내용이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선거에 책임을 지고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할 것이란 시각과 함께 이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 쇄신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참모들이 이번 기회에 청와대를 떠나는 타이밍으로 잡고 청와대 개편 작업은 속도가 붙을 것을 전망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아무리 인적 쇄신의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민심의 흐름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20~40대의 고민점인 구직, 주택마련, 자녀교육 등의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부터 '공정사회'를 키워드로 국정을 이끌어 왔지만 이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을 통해 드러난 '소통'의 문제는 현재 '불통'정권으로 비판받는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하고 갈라서기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자력으로 내년 총선,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많은 곳에서 패배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단일 후보가 승리를 견인한 데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당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과 당원, 국민에게 송구스러움을 면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경고 앞에 겸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성명을 내고 "어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것은 선거대행업체가 하는 것이지 정당의 일이 아니다"며 "모름지기 정당은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그 후보가 다수 득표를 얻어 승리할 때 존립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승리를 마치 민주당의 승리인 듯 착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며 '자성론'을 주장했다.
 
김효석 의원도 '민주당,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지금의 민주당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의 모든 것을 바꾸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단순히 화장을 고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향후 정계개편의 태풍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여야 각당은 개혁의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것이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일지 민주당발 정계개편일지는 두고 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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