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백은혜가 지난 18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서울자치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옛날 책을 펴서 다시 읽어주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요?”

2020년인 지금, 200년 전 고전을 무대 위로 옮겨 풀어내고 있는 백은혜(34)는 <오만과 편견>을 보는 관객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오만과 편견>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냐’고. 29일 종연을 앞둔 연극 <오만과 편견>에서 A1 역할을 맡아 두 달 넘게 열연 중인 백은혜를 1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2단계 격상 이전에 진행되었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였습니다

한 권의 책처럼 읽힐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연극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 출판 200주년을 기념해 배우 겸 작가 조애너 틴시가 2인극으로 각색, 2014년 9월 영국의 솔즈베리 극장에서 처음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국내에선 지난해 8월 초연됐다.

A1과 A2로 구분된 두 명의 배우가 엘리자베스(리지)와 다아시를 비롯해 극 중 등장하는 21명의 인물을 모두 연기한다. 코트의 단추를 채우거나 옷을 뒤로 젖혀 인물의 변화를 주고, 손수건이나 부채, 지팡이 등 소품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다른 인물로 빠르게 전환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필수적이다. 원작이 소설이다 보니 대사량도 많고, 순간순간 다른 인물이 되어 나레이션과 대화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도 높다.

백은혜는 “대사를 굉장히 잘 외우는 편인데도 <오만과 편견>을 하다 보면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며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힘이 들어가서 더 안되더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 그는 “균형감각이 중요한 공연이다. 평소 내가 연기했던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는 공연이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 배우 백은혜가 지난 18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서울자치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창작진도 그랬고, 박소영 연출도 강조한 부분”이라고 설명한 백은혜는 그 느낌을 “책 한 권을 쭉 보여주는 느낌을 살리고 싶다”는 말로 풀어냈다. “동시에 여러 명을 보여주고 싶고, 튀거나 걸리는 부분 없이 책 한 권이 휘리릭 넘어가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감각처럼,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극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목소리를 바꾸고, 표정을 바꾸는 것만으로 순간순간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백은혜는 “인물이 바뀌는 ‘순간’만 보여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같은 시간대 안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시에 여러 명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는 얘기다.

김희선 객원기자

<인터뷰② "<오만과 편견>, 지금 내게 딱 필요했던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서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