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은 이준우에게 운명적인 해였다.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금메달을 비롯해 각종 기록을 세우며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 사랑에 빠진 게 그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프로그램 음악으로 뮤지컬 OST를 사용하면서 처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매료되고 빠져들었던 것 같다”고 기억을 되짚은 이준우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OST를 2014년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선곡했다. 그 과정에서 영화화된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계기를 전했다.
그렇게 만난 ‘오페라의 유령’은 이준우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물론 이전에도 공연이나 뮤지컬을 자주 봤지만 가벼운 문화생활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빠져들게 됐다. 1년에 수십 개씩 작품을 찾아 다니면서 봤다”며 눈을 빛냈다. 이런 배경이 있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첫 손에 꼽은 이준우는 자신의 도전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들었다. “2015년 공연 때 처음 보고 ‘나도 꼭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마음 먹게 해준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느 캐스트로 봤는지 기억하냐는 우문을 던졌더니, 당연하다며 자세를 고쳐 앉고는 “모든 배우들을 다 봤다”는 ‘현답’을 내놨다.
이렇게 좋아하는 뮤지컬의 세계에 들어온 이준우는 매일이 새롭고 신기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첫 상견례 때를 꼽은 이준우는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 때의 떨림과 긴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영상으로만 봐왔던 것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내가 지금 여기 참여하고 있고 무대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내 옆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피겨에선 늘 ‘맏형’ 소리를 들었던 그지만, 뮤지컬에선 막내뻘 나이다. “그 동안 나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맏형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며 웃은 이준우는 “다른 배우들과 사이가 정말 좋고 다들 친하고 단합도 잘되고 있다. 막내라고 많이 귀여워해주신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겨는 개인 종목이다 보니까 연습은 항상 같이 해도 상대와 호흡하는 게 아니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반면 뮤지컬은 동료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고, 주고 받는 감정들이 많다. 이렇게 같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보니까 그게 무척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20년 동안 쭉 혼자 해오다가 같이 연습하니까 즐겁고 좋았다”는 그의 말에선 진심으로 즐거운 기색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