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최수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최수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캐스팅보드] 최수진, “웨스턴 스토리, 겁 잔뜩 먹고 시작했더니 오히려 괜찮더라고요”①에서 이어집니다.

 

-2009년 데뷔 이후로 어느덧 16년차 배우가 됐어요. 정말 많은 극에서 많은 역할을 하셨는데, 지나온 작품들 중 요즘 문득 생각나는 역할이 있을까요? 돌아보면 애틋한, 그런 역할이요.

“너무 많죠. 너무 많은데 ‘귀환’의 (이)해성이 같은 경우 어린 역할인데다 국방부 뮤지컬이다보니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마음이 많이 쓰여요. 해성이처럼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캐릭터들이 참 애틋한 것 같아요. ‘오펀스’의 필립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보니 슬슬 못하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그런 캐릭터들이 조금 마음이 쓰입니다.”

-그러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정말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필모그라피거든요. 도전을 꺼리지 않는 배우라는 인상이 있는데, 지금까지 무대에 서면서 ‘이 배역은 정말 도전이었다…’라고 생각한 배역이 있나요?

“필립이죠, 뭐(웃음). 지금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필립 캐릭터를)만들고 무대에 섰나 싶어요. 젠더프리이기도 했고, 지난 시즌에는 무대가 살짝 넓어졌는데 남자 배우들이 뛰어다는 데를 제 체형과 체력으로 뛰어다니느라 무릎이 돌아간 적도…(웃음). 게다가 역할 자체도 결핍이 큰 친구였고, 연극이 처음이었던 것도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했었죠.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요. 아마 그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까 한다고 했겠죠?”

-그래도 하고 싶은 역에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도전을 계속 할 수 있는 왕성함의 비결이 뭘까요?

“너무 좋아서? 좋아서인 것 같아요. 최근에 본의 아니게 겹치기를 하게 돼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집이 난장판이 됐는데(웃음) 무대에서 실수 없이 하려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면서도 ‘왜 나는 이걸 멈추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제 에너지가 소모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계속 채워지고, 제 안의 활력을 끌어올려주거든요. 살아 숨쉬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해야 할까요. 매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그럼 ‘이런 역은 안 해봤는데 앞으로 꼭 해보고 싶다’하는 그런 배역이 있나요?

“음…. 절절한, 이룰 수 없는 사랑? 생각보다 그런 사랑을 안 해본 것 같아요. 사랑이 있는 극이라도 사랑에 집중하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캐릭터였던 것 같고, 저 스스로도 그쪽에 조금 더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역할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드라큘라’처럼?(웃음)”

▲ 배우 최수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최수진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거쳐온 배역을 떠올려보면 중소극장, 대극장을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대학로에서 계속 공연 중이고요. ‘뮤지컬 배우 최수진’에게 ‘대학로’란 어떤 의미를 갖는 곳인가요?

“요즘 특히,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제가 느끼는 걸 관객들도 느끼고, 관객들이 느끼는 걸 저도 느끼는 기쁨과 카타르시스에 대해서요. 내가 이렇게 생각해서 표현한 걸, 말로 하지 않았는데도 관객들이 알아차려주실 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최근에 ‘웨스턴 스토리’ 때 (김)재범 오빠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재범 오빠가 저한테 ‘오프닝곡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라고 배우로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단순히 오프닝이다, 생각하고 부르면 될 일인데 저나 오빠나 그냥 ‘오프닝곡이니까 멋있는 척하면서 부르자!’하고 끝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다 제가 ‘나중에 우리(케이트와 프레디)가 서부극을 하기로 마음 먹잖아? 그 서부극의 오프닝이라고 생각하면서 해보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어떤 분이, ‘오늘은 이 캐릭터들이 만든 서부극의 오프닝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거예요! 어디서 누구한테 이야기한 적도 없고 연출님한테도 말 안 했는데, 그걸 알아차려주신 거죠. 그때 정말 눈물날 뻔했어요. 관객들도 배우의 의도를 맞히면 무척 기쁘다고 하시던데, 상호간의 이런 교감이 가능한 대학로의 문화가 정말 좋아요. 단 한 분이라도 그걸 느껴주실 때 너무 사랑스럽고, 정말 인류애가 충전되는 기분이거든요. 그래서 대학로는 제게 인류애를 충전시켜주는 장소예요(웃음).”

-이제 슬슬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배우 최수진’의 장점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항상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기도해요. 저를 지우고, 오직 캐릭터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저를 무대에 세운 어떤 크고 전능한 힘에 의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다고 믿거든요. 대사 더듬지 않고, 노래 가사 틀리지 않고, 목도 관리하고 해서 최선을 다해 최상의 상태로 오르게끔 늘 노력하지만 그렇게 해도 관객을 감동시킨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하지만 제 노력이, 저를 이끈 거대한 힘이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늘 믿고 확신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서고 있어요.”

-글림콘도 앞두고 있는데, 어떤 모습 보여주실 예정인지 살짝 힌트 부탁드려도 될까요?

“배우들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정말 ‘진심’이시거든요? 대표님부터 스탭들까지 모두 욕심이 있어서 열심히 준비 중이라는 점. 그리고 개성 강한 ‘글림상’ 배우들도 서로 보여주고 싶은 게 달라서 절충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정말 무궁무진한 걸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주제가 ‘각자의 색깔 찾기’이기 때문에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 개개인의 색깔을 보시면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노래요? 음, 이전 콘서트에서 하지 않았던 노래나 작품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지금까지 안 했던 노래들이 많아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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