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의 전쟁이라는 말은 많이들 들어 보셨을텐데, 도대체 밉살꾸러기 같은 지방조직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의아해하실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세상이고, 잘 먹다 보면 너무 쉽게 살이 찌면서, 몸에 불어난 지방 덩어리들은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이어트와 운동에 몰입해 보지만, 쉽게 달아나지 않는 지방들은 이제 미운 녀석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방이식이라는 시술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조직은 밉살 덩어리에서, 점차 유용한 조직복원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었고, 이젠 풍부한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조직으로 알려지면서, 그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살이 빠지면서, 쳐져 보이고 피부에 탄력이 떨어지는 경험들은 대부분 겪으실텐데, 이런 경우 피부 탄력을 위한 각종 시술들이나 레이저 장비들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지방조직을 잘 정제해서 살짝 이식해 주는 방법으로, 매끄러운 피부와 탄력을 동시에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지방이 풍부한 신체 부위(예를 들면, 허벅지나 복부 등)에서 피부 아래에 위치한 지방조직을 살며시 조심스레 채취를 하여, 깨끗하게 정제를 하고 압축과정을 통해 생생한 조직으로 만든 다음, 주사 바늘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필요한 부위에 살짝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얼굴의 경우, 이마나 관자놀이, 패인 볼살이나 눈 주변 어두운 부분, 턱끝 등등 요긴하게 살짝 이식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 가슴이식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손등이나 지방흡입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부의 요철이나 패임과 같은 부위에도 복원 목적으로 많이 시술하게 됩니다. 이렇게 지방이식에 많이 이용되다 보니, 부수적으로 피부가 좋아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지방조직에는 유익한 줄기세포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더 알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채취한 지방조직을 잘 분해하여, 그 안에서 놀고 있는 줄기세포들과 기타 유용한 세포들만 잘 정제해 내고, 기름조직이나 지방세포들은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정제되어 나온 세포 연합군을 SVF라고 얘기합니다. 줄기세포라더니 무슨 얘기인가 하실텐데, 이 SVF 안에 줄기세포가 상당부분 함유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SVF는 줄기세포 외에도 갓 추출해낸 여러 유익한 성분의 세포들이 함께 섞여 있기에, 줄기세포 플러스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아울러, 금방 채취한 지방조직에서 바로 세포들을 추출해서 이용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세포의 활성도도 잘 유지되고, 넉넉한 지방을 이용해서 세포 숫자도 또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배양해서 숫자를 늘인 줄기세포들은 주로 만성, 난치성질환의 연구 목적으로 시술이 이루어지는 반면, 신선한 지방SVF는 주로 항노화, 피부 미용, 조직 재생 등의 분야에 많이 이용된다고 하겠습니다.
최근들어 코로나로 인한 폐 합병증에도 유용하다는 논문들도 등장하고 있고, 면역계 균형을 잡아주거나, 혈관내피세포들의 작용으로 혈액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신체 여러 부위에 필요한대로 주사하기도 하고, 피부 미용을 위한 목적이나, 흉터 등에도 요긴하게 이용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이젠 밉살 덩어리 지방이 아니라, 잘 요긴하게 간직했다고 필요할 때 잘 활용할 수 있는 지방조직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나중에 긴요하게 잘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