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을 만들어 내는 골수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배양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치료에 이용할 만한 충분한 숫자를 얻기 위해 배양과정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채취해서 바로 시술에 이용할 만큼 많은 숫자의 줄기세포가 획득된다면, 그게 더 나을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방조직을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근본 조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유의 신선함과 넉넉한 줄기세포 숫자가 이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의 다른 장기에도 이런 줄기세포들이 어느 정도 보유(?), 저장되어 있어서, 어지간한 여건이 아니라면 재생과 회복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 또한 무한정한 게 아니어서, 우리에겐 수명이란 게 있는지도 모른다. 세포들이 재생 능력이 고갈되면, 이것은 곧 줄기세포가 더 이상 기능회복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고, 이는 곧 기능이 정지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장기들이 서로 곁에 있어도 각각의 분화되어 있는 역할이 있기에, 이웃의 기능장애를 바로 도와주지 못한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것은 지방조직에 줄기세포들이 넉넉하게 존재하면서도, 간이나 관절, 피부흉터 등과 같은 다른 부위의 애로를 직접 도와주지 않는 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넉넉한 지방조직의 줄기세포들을 추출해 내서, 필요할 만한 다른 곳에 좀 나누어 주어, 적절한 가능을 잘 유지하고, 암울한 병적 상황이 오기 전에, 조금씩 보완해 가면서 퇴행성 변화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줄기세포 시술의 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점이, 왜 지방조직에는 줄기세포들이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가 하는 점이다. 뚜렷하게 그 이유를 밝혀낼 만한 정보나 논문들은 구하기 어렵지만, 여러가지로 추측에 근거하여 정리해 본다면, 오랜 인류의 역사와 관련된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우리 인류가 식생활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수 억년의 존재 기간 동안 음식에 대한 부담을 벗어난 건 별과 최근 수십년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오랜 세월을 넉넉하지 못한 식량에 의존해야 했을 것이고, 음식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많은 열량의 에너지를 저장해 두어야, 굶어야 할 시기를 견디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넉넉한 상황에 많은 에너지를 축적해 두는 기관으로 지방조직이 발달했을 것이고, 이는 지방유치를 위해 어린 줄기세포들도 여유 있게 확보해 두어, 필요한 상황에 적응해 왔을 것이다. 이제 현대사회에는 그렇게 많은 지방조직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오랜 인류의 적응과정에서 지방조직에는 늘 준비해두는 세포들이 저장되어, 필요할 때 지방축적에 이용되었을 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지방축적이 지나쳐 비만에 대한 염려까지 이르게 된 시절이 되었지만, 인류의 오랜 적응과정에서 양성된 지방조직의 넉넉한 줄기세포들은, 또 다른 관점에서 인류에게 유익한 조직으로 남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다.
흔히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골수조직보다, 지방조직에서 훨씬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하니, 채취해서 배양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숫자도 넉넉하다는 부분은 여러모로 지방조직을 예뻐 보이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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