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명이 연속선 상에서 별 변화 없이 매일 지속되는 것 같지만, 긴 세월의 양 끝을 보면 많은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듯이, 늘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친구나 가족들도 늘 보는 얼굴들 같지만, 새롭게 만나게 되고, 아쉽게 멀어져 가는 약간씩의 변화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학교에 처음 가는 날이나, 정년으로 은퇴하는 날이나,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사귀던 날도 있을 것이고, 영 멀리 먼저 가버린 친구도 있을 것이니, 삶이란 건 늘 유동적인 변화 속에 있고, 그 가운데 마주 치는 인물들도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 이렇듯 매일의 연속적인 하루하루가, 사실은 조금씩 변하고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고 이것을, 삶이 늘 새롭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로움은 재생이라는 뜻이고 변화 가운데 새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손님을 맞는 즐거움 같은 기분이라고 하겠다.
지금 만지고 있는 피부가 불과 한달 만에 새롭게 아래층에서 생성되어 올라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 신체도 늘 유동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 있으며, 조직에 따라 재생되는 속도나 변화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항상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기 쉽다. 그러나, 길게 보면 어느새 머리가 희고, 피부에 주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무릎이 시리는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얘기하곤 한다. 이런 변화는 왜 생기는 걸까? 나이가 들어서, 늙어서, 라고 하는 얘기들을 조금만 더 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줄기세포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이해하자면, 손톱이 자라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손톱 안쪽에 반달모양의 약간 분홍빛을 띠는 부분이 바로 손톱을 자라게 하는 줄기세포 창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줄기세포 창고에서 늘 새롭게 조직이 만들어져서 자라게 되는데, 피부도 이처럼 아래층에서 줄기세포 창고에 있던 세포들이 변화를 겪으면서 표피 쪽으로 자라나는 변화를 계속 겪고 있고, 이 기간이 1개월 정도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지금 만지고 있는 피부 표면은 한달전에 피부 바닥에서 자라나온 조직들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런 변화들이 우리 인생, 혹은 삶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늘 새로운 조직이 이어져 간다는 사실, 즉 하루하루는 거의 같다고 생각되지만, 한달이면 이미 다른 피부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늘 새로운 자신과 만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런 기능이 바로 줄기세포의 활동인데, 신체 부위에 따라 이런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활동하는 곳이 있고, 상대적으로 활동이 줄어들어 재생이 더디어 가는 부위가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줄기세포의 재고가 풍부하면서 신체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 곳이 있다면, 적절하게 필요한 조직에 나누어 쓰게 되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암튼 이건 의학적인 이야기이고, 삶의 새로움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그건, 내 곁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주변에서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이, 내 삶을 늘 새롭게 즐겁게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체는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새롭게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친구는 새롭게 만나러 나서야 한다. 나이가 80이라서 새 친구를 못 만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린 친구들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새로운 젊은 혹은 어린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는 것이 진정, 내 삶을 늘 새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듦은 외로움, 혹은 잃어버림과의 한판승부라고 할 수 있다. 늘 새롭게 사는 인생이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