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서울시 강남자원회수시설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서울시 강남자원회수시설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지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는 장애인 아시안 게임이 열렸다. 비장애인 아시안 게임에 이어서 개최되어 일주일간 열전을 벌인 2022 항저우 APG 게임의 폐회식이 10월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우리 나라 선수단은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44개국 중 15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는 선수단 주장이었던 탁구 김영건(광주광역시)이 나섰다. 한국은 28일 막을 내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0개, 은메달 33개, 동메달 4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4위에 올랐다.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종합 2위(금 53, 은 45, 동 46)에 올랐던 한국은 당시 금메달 12개를 따냈던 볼링이 정식종목에서 제외돼 목표를 4위로 하향조정했다지만 인도를 금메달 하나 차이로 제치고 가까스로 4위에 올랐다.

장애인 아시안 게임, 아시안패러게임(Asian Para Games)은 비장애인 아시안 게임이 열린 후에 열리는 스포츠 대회로, 아시아 패럴림픽 위원회가 주최한다.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가 인식하는 대회 중 패럴림픽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첫번째 대회는 2010년 중화인민공화국 광저우에서 개최되었다.

장애인에게 있어서 체육이란 삶의 의미 그자체일 수 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의 생활 환경속에서 스포츠에서만은 그들만의 천국인 것이다. 패럴림픽과 아시안 패러게임 등에서의 장애를 극복하고 금메달로 환호하는 장애인을 볼수 있다. 그들의 삶의 의미는 운동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 국가의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온전히 영위하고 완성하는가는 그 사회의 선진수준을 재는 중요한 척도이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발언이다. "특히 장애인에 대해 이전까지 가져왔던 편협한 시선과 인식들이 서울장애인올림픽을 통해 비로소 제 자리를 잡는 등 인식개선의 전기가 됐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는 장애인체육의 미래를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 의미있는 전진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전장관의 발언이 과연 정책적으로 얼마나 실행되고 있는지 동의할 장애인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장애인체육의 현실은 일반 체육과 비교해 볼 때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등록된 장애인이 이미 16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인구의 10%정도를 장애 인구로 추산하는 WHO 기준에 따라 국민의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체육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직 미약하다. 취약한 선수층과 경기대회 참가기회의 부족, 훈련시설의 미비, 지도자양성 제도의 미비, 경기력 향상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부족 등과 생활체육 부문에서 안고 있는 참여인구 저조, 프로그램 빈곤, 지도자 부재 등 우리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번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 게임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선전했지만 우리나라는 퇴보하였다. 중국은 금메달 214개를 차지하면서, 2위 이란 금메달 수 44개, 일본 42개와 비교했을 때 약 다섯 배 많은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뿐만 아니라 신인이나 2군급 선수들을 내보내고도 육상·수영 등 기초종목에서 선전하며 3위를 차지한 일본과의 차이가 금메달 12개로 우리와 크게 벌어진 반면 한국에 이어 각각 5·6위를 차지한 인도(금 29, 은 31, 동 51), 인도네시아(금 29, 은 30, 동 36)와의 격차는 금메달 단 1개에 불과했다.

또 하나 우리의 문제점은 장애인 국가대표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나이’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항저우 장애인 AG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평균 나이는 39.1살이며, 남자 좌식배구 대표팀 평균연령이 45세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핸드사이클에서 3연패를 달성한 이도연 선수는 51살이며, 탁구 2관왕 주영대는 50살이다. 또한, 양궁 챔피언에 오른 김옥금 선수는 63살이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언제까지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더딘 세대교체의 문제점은 다만 어린 선수 발굴 부족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8명은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선천적 장애인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만큼 어린 학생 육성만큼이나 장애인 스포츠의 존재를 더욱 홍보하고 투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을 이끈 김진혁 단장은 “후천적 장애인들이 많이 유입돼야 한다.”며, “제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종교단체나 보험사만 찾아왔지, 체육활동을 권유해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방 안에 누워만 있는 장애인들을 생활체육 현장으로 먼저 불러내야 한다. 단순히 나이를 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장애인의 숫자를 늘린다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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