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회장, 서울교원문학회 자문위원(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월간 문학세계 편집주간시집 : 고향생각 한 잎, 꼭 끼는 삶의 껍질, 나를 앉힐 공간 하나, 지워지지 않는 흠집 외
(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회장, 서울교원문학회 자문위원(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월간 문학세계 편집주간시집 : 고향생각 한 잎, 꼭 끼는 삶의 껍질, 나를 앉힐 공간 하나, 지워지지 않는 흠집 외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쉬고 놀 수 있도록 지어 놓은 정자나 건물을 노인정이라 한다. 농촌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도회지의 경우 보다는 못한 게 사실이다. 아파트의 경우로 보면 해당 아파트 주민이 아니어도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하니 운영을 지원하고자하는 차원으로 보여진다. 노인정을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참여 노인의 수가 생각만큼 적정수를 채우지 못하고 폐지시키고 있다. 노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인들이 노인정을 나가기를 꺼려하는 이유에서다.

노인들이란 생업에 종사하던 일터에서 정년이라는 규정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어느 날부터 출근을 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회생활에 적응을 하고자 궁리하면서 나름대로의 여건에 따라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다. 일부는 몇몇이 어울려 산책이나 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부는 공공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이나 문화원의 프로그램에 나가 강의를 듣는 분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건강이 좋지 못하여 바깥출입을 못하고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있거나 친구나 지인들과의 모임날짜를 기다리다 그날이 되면 이따금 외출하는 정도로 소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노인정에는 나오시지 않는다. 아파트에는 옆집이라도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 얼굴이라도 알고 지내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낯설고 생소한 사이에 어울릴만한 용기가 없다. 누가 나서서 활성화에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신다면 모를까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불편한 공간이다.

소수라도 노인정을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하는 분위기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털어놓는 노인이야기는 납득이 갈만하다. 만나서 반가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오히려 불편한 사람도 있다. 신상조사라도 하듯 꼬치꼬치 캐묻거나 아무 것도 아닌 걸 꼬투리 잡는 말투나 혼자 말을 꺼내면 끊이지 않고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민폐를 끼친다. 어디 그뿐인가 회장을 맡은 사람이 자기 친한 사람들을 주민도 아닌데 불러들여 독차지 하는 횡포도 주민들의 발길을 끊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아파트에는 별도의 공간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정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각종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복지차원의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이 노인들은 해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계기로 점심식사를 대접해드리는 날에는 상당수가 참여하신다고 했다.

사람이 서로 가까이 지내려면 그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조건 나오라고 한다고 해서 나오고 말고 할 수 는 없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어야 한다. 장기나 두고 바둑을 두는 노인들이나 밥을 해 먹는 시대는 좀 지난 시설들이다. 그렇다면 요즘시기에 걸 맞는 시설이나 공간이라면 매일 열어 놓을 필요는 없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리 적극적으로 공고하여 알린 다음 당일 날 복지관이나 문화원에서처럼 흥미나 취미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의나 운동을 권장하는 것도 유리하다고 본다. 반드시 다수의 인원이 참여해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열 명 내외라도 알찬 내용으로 참여하는 노인들께 만족스럽다면 점점 입소문으로 늘어나 점차 활성화가 되는 방향으로 유도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의 경우 반응이 신통치 못하여 만족하지 못했다면 참여한 분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꿔서라도 맞춤형 프로그램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아파트 인근 지역에 거주하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서예, 요가, 댄스, 글짓기, 가요, 풍물 등 건강증진과 취미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복지시설이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무료한 생활을 보내왔는데, 이웃이나 아파트단지 안에 있어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주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재미에 삶의 활력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들은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외출을 통하여 걷기운동이나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하여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 몸에 근육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빠지게 되고 뇌를 쓰지 않으면 기억력이 쇠퇴해져 치매로 가기 쉽다. 오죽하면 고스톱이라도 쳐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외모만 보아서는 노인의 건강을 알 수가 없다.

골골하시던 노인들은 살아 계신데 건강을 자신하던 분들은 먼저 하나 둘 돌아가셨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골골하시던 분들은 병원에 다니시면서 몸을 관리하셨지만 건강을 자신하시던 분들은 관리에 소홀하셨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 어디엔가 신통치 않은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괜찮겠지 하다가 시기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노인은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이다. 스스로가 노인이라 호칭으로 불리어지길 바라지도 않고 노인이 자기 자신을 아직 노인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거울을 보고서야 비로소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면서 노인을 인식하지만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아직도 노인이 되기 싫은 것이다.

그러려면 사고방식도 이전에서 벗어나 바뀌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손아래사람과 벽을 허물어야 하고 그들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간단한 생각 하나가 젊게 사는 비결이다. 노인정에 부담 없이 손아래를 가리지 말고 모두를 가까이 대하는 것처럼 좋은 보약은 없다. 노인정이 아니라 대화의 방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아끼지 말고 선물로 내놓는 일보다 큰 역할은 없을 것이다.

노인정은 같은 처지에 있는 노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서로 간에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알지 못하던 정보를 알게 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참된 생활교실이 된다. 이처럼 좋은 시설을 비워둔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비싼 비용을 들여 갖추어 놓은 장소가 소극적인 사고방식으로 묵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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