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아파트 주변이나 먹자골목을 걷다 보면 문 닫은 상가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가끔 찾는 식당 주인에게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하나 같이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고, 심지어 IMF 때보다 경기가 더 못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고물가의 장기화 여파에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다. 먹거리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쓰이는 온갖 생활필수품 가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각종 먹거리 물가까지 올라 집밥은 물론이고 ‘외식’ 물가까지 올라있는데, 서민들 실생활에 주로 쓰이는 생활필수품 및 목욕, 세탁 등의 가격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어 가계 체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지역 목욕탕 가격이 처음 1만원을 넘어섰다.

얼마 전 일간지에 눈길을 끄는 기사를 접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과 서울의 물가를 비교했더니 서울의 물가가 뉴욕보다 46% 비싼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서울과 뉴욕 같은 체인의 대형할인점에서 10대 필수 식료품으로 식빵, 계란, 바나나, 사과, 닭고기, 소고기, 양파, 우유, 콜라, 국민 과자(한국 새우깡, 미국 도리토스)를 구입해 비교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10개 품목 구매 비용은 총 2만2천643원, 뉴욕은 한화 1만5천525원으로 7천119원이나 서울이 비쌌다. 특히 닭고기 2.1배, 식빵 1.7배 우유 1.6배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명목국민총소득이 서울이 3만5천990달러, 미국이 7만800달러이다. 양국의 소득 격차를 생각하면 실질적인 물가는 서울이 3배 비싼 편이다. 유일하게 국민 과자로 선정한 새우깡만 서울이 싸다고 한다.

텅빈상가
텅빈상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2월 5일 고물가 흐름과 관련해 "지금은 과거와 같은 물가 통제 시대가 아니어서 여러 어려움이 있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후보자는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고물가 위기는 근본적으로 공급 측면의 위기"라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국내에서 공급망 관련 부품을 납품하고, 생산하는 업체 등에서 본인들의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모든 경제 주체들이 노력해야 하고 안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지금 소비자와 관계기관, 업계가 관련 논의를 하고 있고, 이번 기회에 구조적 노력도 같이 하는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 했다. 하지만 고물가 불황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눈높이와는 큰 차이가 있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발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올랐는데, 연간 기준으로 2022년에는 5.9%로 상승세 였다. 올해 이대로 5%대를 유지하면 10년 만에 3년 연속 5%을 넘기게 된다.

반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근로자 1명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35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하락했다. 특히나 실질임금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생활물가지수 앞에서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가처분소득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에서 세금·사회보장분담금·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비용으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338만 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실질적 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상승하니 다들 살기 어렵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서민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줄폐업을 호소할 만큼 고통받고 있다. 식료품 및 생필품 가격이 비싼 도시는 서민 등 거주민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여윳돈이 없고 소득의 잉여분이 없다보니 장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결국 도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소비심리는 멈추었고 지금이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던 2020년- 2021년 보다 더 힘들다. 코로나 때 받은 수많은 대출의 원금상환, 쌓이는 기존 대부연체금과 위축된 소비 심리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벼랑끝에서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분기까지 불과 1년 사이에 49조나 늘어 총 1,043조원이고, 연체액은 7조 3,000억이나 된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는 71.3%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 부임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자영업자와 서민의 절규에 귀기울여야 한다. 은행대출금 무이자, 연체 이자 일부 탕감, 원금상환 유예, 전기,가스,수도 공공요금 대폭할인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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