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마데우스>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우리에게는 1985년 개봉한 같은 제목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극은 영화에 앞서 1979년 영국에서 초연돼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재작년 극작가인 피터 셰퍼가 타계한 이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연극에는 20곡이 넘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살리에리는 차근차근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가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만나면서 평생 동안 시기와 질투, 열등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게 되는데......연극 <아마데우스>는 죽음을 앞둔 살리에리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삶과 처절한 복수에 대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살리에리의 입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극중 모차르트는 오직 살리에리의 회상 속에서만 등장할 뿐이다. 살리에리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피터 셰퍼는 잔인하게도 작품의 제목을 <살리에리>가 아니라 <아마데우스>로 지음으로써, 평생에 걸친 경쟁에서 지고 죽은 후의 명성에서도 패배한 살리에리의 존재감을 작품의 제목에서조차 지워버렸다. 신에게 오직 그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을 달라고 갈구했으나 끝내 버림 받은 살리에리는 누가 봐도 신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연극을 끝까지 보고나면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모차르트 역시 과연 신의 사랑을 받은 자인지 의문이 남는다. 화려한 삶을 구가하던 그는 곧 세상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으로 인해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평범하고 재능 없는 사람들의 대표자로서 평생 고통 받은 살리에리와 그 평범하고 재능 없는 사람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죽을 때까지 고통 받은 모차르트. 작가는 이 두 인물의 고통을 나란히 병치시킨 가운데, ‘아마데우스’라는 반어적인 제목을 통해 과연 이들 중 누가 신의 사랑을 받은 자인지 역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리다. 누군가를 질투해봤고, 좌절을 경험했으며 때론 살리에리처럼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어떤 것에 부딪히기도 한다. 열등감과 자괴감, 연극 <아마데우스>는 깊은 절망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그 순간 살리에리는 평범한 자들의 수호자를 자청하며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은 우리의 평범함을 용서한다고 말한다. 인간 살리에리와 모차르트가 느낀 삶의 고뇌와 고통, 이들을 지켜보는 신의 잔인함을 그린 연극 <아마데우스>는 작품이 지닌 묵직한 메시지만큼 묵묵히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현준, 한지상, 이충주, 조정석, 김재욱, 성규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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