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순 작가의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 <컨설턴트>는 무명작가 ‘J’가 의뢰를 받고 쓴 한 편의 시나리오대로 누군가 실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후 의문의 남자 ‘M’이 찾아와 ‘회사’ 라는 거대 조직의 합류를 권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이야기는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또한 완벽한 죽음을 설계하는 컨설턴트 ‘J’와 그런 그를 ‘회사’라는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관리하는 ‘M’의 관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인 개인과 강자인 거대 기업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극 중 ‘J’를 연기하는 주종혁, 주민진, 강승호는 알 수 없는 세계에 휘말려 불안감이 가득한 가운데 천재성을 뽐내는 작가의 모습을 각기 다른 매력으로 표현해내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M’ 역을 맡은 고영빈, 오민석, 양승리는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J가 마주하게 될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화이트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무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진다. 주인공들은 와인, 화이트, 블랙의 세 가지 컬러로 이루어진 무대의상을 입고 연기한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조명은 음악과 어우러져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미투운동과 목사의 불륜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가볍게 엮어넣어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조직의 구성원을 완전범죄적 관점에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조직이냐? 조직의 구성원이나?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의 문제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일 수 있지만 세련된 무대 디자인과 완급을 조절하는 배우들의 연기, 절제됬지만 과감한 연출로 인해 어렵지 않게 무겁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온다.

특히 국회의원, 과장, 기자, 목사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적절한 곳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는 김주일의 연기는 무겁게 넘어가는 극의 연결 포인트에 활력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됐다.

주종혁, 주민진, 강승호, 고영빈, 오민석, 양승리, 김나미, 진소연, 윤광희, 김주일이 출연하고 문삼화가 연출을 맡았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연극 무대이기에 가능한 신선한 표현들로 독보적인 스릴러를 선보일 연극 <컨설턴트>는 4월 20일(금)부터 7월 1일(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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