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장들이 1년 반만에 문을 열고 다시 관객들을 맞았다. 외신들에 의하면 이날 무대에 오른 작품들은 '해밀턴'. '라이언 킹', '위키드', '시카고' 등 대형 뮤지컬들이었으며 객석은 만석이었고 각 작품의 작곡가와 관계자 등이 공연 전 로비에서 관객들을 맞았다.

그러나 극장이 재개관했어도 극장 방역 지침은 엄격해 브로드웨이 공연장의 관객들은 입장 전 FDA나 WHO가 허가한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것을 증명한 뒤 지정된 지역에서 먹거나 마실 때를 제외하면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공연계는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장기화될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체온 측정, QR 체크, 객석 거리 두기 등 어색하기만 했던 공연장 방문 수칙도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이다.

공연장 방문 수칙을 직접 지키고 코로나19 상황에 놓인 공연장을 체험해보고자 지난 15일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을 찾아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관람했다.

입장불가기준 안내문
입장불가기준 안내문

티켓을 받은 후 안내문에 따라 QR코드 화면을 인식해 문진표를 작성해 안내원에게 보여준 뒤 체온 측정 후 입장했다. 입구와 연강홀 곳곳에는 다른 공공장소와 마찬가지로 ‘37.5도 이상~38도 미만인 분’, 38도 이상인 분, 2주일 내 외국 방문 일정 확인, 확진자와 유무 확인, 인후통·잔기침 유무 확인에 대한 입장불가기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체온 측정, QR 체크, 문진표 작성을 해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체온 측정, QR 체크, 문진표 작성을 해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20대, 30대가 대부분이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공연장은 한 칸씩 띄어 앉게 되어있어 좌석에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공연 시작 전 하우스어셔(공연장에서 관객을 안내하고 질서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안내방송을 들어보니 관람 3대 수칙(객석 내 사진 촬영 제한, 앞으로 수그리지 않기, 중간 퇴장시 재입장 불가)외에 ‘공연 중 함성은 박수로 대체한다’는 안내문이 추가됐다.

좌석 한 칸 씩 띄어앉기
좌석 한 칸 씩 띄어앉기

연극은 세 편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돼 한 시간 공연하고 이십분의 인터미션(공연중간의 휴식시간)을 합쳐 총 3시간 40분동안 진행됐다. 공연 내내 공연하는 배우들과 관람하는 관객들의 소통에 큰 벽이 느껴져 아쉬웠다. 무대에서는 마스크 너머 관객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대면’의 시대가 점점 막을 내리는 기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계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연기됐다.

극장에서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자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관객들과 채팅 창으로 실시간 소통했고, 객석 점유율은 시청률로 대신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공연장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 곳이 허전한 이유는 ‘관객’과 함께 자유롭게 호흡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미션에 공연장 로비에서 보이던 관객들의 미소와 수다, 무대가 떠나갈 듯 손뼉 치며 환호하는 객석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즐거운 존재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놓치고 있던 가장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술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대와 관객이 서로를 더 열렬히 사랑할 때 최고의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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