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문학평론가⋅문학 강사⋅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대표저서; 가위바위보⋅반딧불 반딧불이⋅스타 탄생의 예감⋅영화 쏙쏙 논술 술술⋅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카페 정담
수필가⋅문학평론가⋅문학 강사⋅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대표저서; 가위바위보⋅반딧불 반딧불이⋅스타 탄생의 예감⋅영화 쏙쏙 논술 술술⋅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카페 정담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생스러울 때마다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간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아쉬움 또한 컸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없는 한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카메라를 가지고 산에 가서 산 풍경을 담아왔다. 집에 와서 사진을 들여다보니 현지에서 보았던 자연의 느낌이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날 이후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날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진으로 남겨진 경치는 생명력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변하지 않는 모습에 싫증도 났다. 사진이 쌓이다 보니 보관에도 문제가 생겼다. 소중하게 간직하여 추억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버려지는 사진이 더 많았다.

하루는 눈꽃이 만발한 태백산에 오르다가 산 중턱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신령한 모습으로 서 있던 주목 앞에서 나는 산에 오르는 것을 잊고 한동안 그 자리에 묶여있었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메모지를 꺼내 당시의 풍경을 보고 느낀 대로 종이에 적었다. 집에 돌아와서 메모지를 보며 그 내용을 정리하였다. 산에서 보았던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기억 속 아름다움이 마음이란 여과 장치를 거쳐 글로 새롭게 태어났다. 글이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읽어도 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있다. 사진이 하나의 사실만을 기억하게 하는 전달 매체라면, 글은 사실에 생각이 결합하어 오래도록 남아있는 저장고라 할 수 있다.

산에 다녀와서 쓴 글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나간 일이 그리워질 때면 내가 쓴 글을 꺼내서 읽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 부족한 점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글에서 인생에 대한 의미와 해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수필을 쓸 때는 자기 나름대로 삶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로부터 나는 삶의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되새김질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언제 어디서나 사물을 깊이 헤아려 그것을 의미화 하여 주제를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인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하여 고민하며 나름대로 좋은 글을 짓기 위한 몇 가지 내용도 주목했다.

좋은 글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단순히 사실만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행위가 된다. 우주 자연의 생명력을 보면서 나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고, 전대前代의 역사를 보면서 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여행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여행은 생활에 여유를 갖게 하여 마음의 그릇을 키워 준다. 간접체험을 직접체험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그 어떤 지식보다 유용한 가치가 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장면은 그 의미가 더욱 새롭고 그것을 제대로 보려는 마음은 자연과 마음을 잇는 깨달음의 통로가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많은 글감을 얻게 된다고 한다.

물질이 변하니 정신을 바꾸자는 말이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계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손전화기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일정한 문구文具가 있어야 상대방에게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기를 통한 문자를 활용하여 자기의 생각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읽기 쉬운 글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문장을 말하는데 한 문장의 글자 수는 대략 40자 정도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손전화기로 문자 하나를 보내는데 기본 자수가 한글 40자로 맞춰있으니 웬만한 문장 하나는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는 셈이다. 글이 간결할 때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도 쉽다. 문자 메시지를 통신의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고 가까운 사람에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보내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의사 전달 뿐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 또한 좋아질 것이다.

인생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작은 일을 철저하게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활기찬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상이 아주 중요하다. 명상은 하루 생활 중에서 잠깐씩 나를 돌아보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명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 아름다움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가슴속에 쌓아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다. 오랫동안 연습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심성 활동이기 때문이다. 수련에 익숙해지면 본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중국 송宋나라의 구양수는 좋은 문장을 짓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써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상량多商量을 강조했는데 이는 끊임없이 사색하는 가운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이다. 곱게 핀 장미를 보고 그냥 아름답다고 하는 정도의 느낌만 있다면 아름다움은 단순히 그 자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 꽃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아내려 노력한다면 그 감정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는 명상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을 글로 연결하려고 노력할 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학문적 기초와 전문성을 기를 수 있으며 올바른 인생관과 세계관을 세울 수 있다. 독서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깨달음과 지혜를 얻기도 한다. 이처럼 독서를 활용한 지적 감각의 성장은 좋은 책에서 이루어진다. 책은 좋은 글을 심어 놓은 지식의 밭이다. 농부가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듯 독자는 책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농부가 농작물을 수확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지식의 밭에서 수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독자 나름 여과 과정을 거쳐 알곡만 걸러내야 한다. 이렇게 걸러진 알곡은 독자가 원하는 대로 가공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수필작가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자신의 맑은 영혼과 결합하여 세상 속으로 자꾸 내보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엔 또 하나의 새로운 불이 밝혀져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평소 말은 잘하는데 글 쓰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말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익혀 사용하지만 글 짓는 일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다.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는 같은 단어를 수백 번 듣고서야 제대로 된 말을 구사할 수 있다. 하나의 단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대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반복 과정을 겪어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평상시 글쓰기에는 대단히 인색한 편이다. 오히려 글 쓰는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까지 생각한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을 통해 얻은 느낌을 그때그때 기록하다 보면 이내 문장력이 향상된다. 말이 생활 속에서 천천히 익혀지듯 문장력 역시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을 자연스럽게 적다 보면 쉬 좋아질 것이다.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는 비판적 이해다. 비판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말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한 대상에 대하여 자기와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쓴 글이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내 입장에서 또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기가 글을 써 가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현대는 과거와 달리 지역 구분의 개념이 희미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 경계선마저 무너진 지 오래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작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존하면서도 세대 간 틈을 극복하고 인간 삶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삶의 단면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문화를 상상으로 연결해서 기록하고 문화생활에서 오는 긍정의 요소를 뽑아내 좋은 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이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관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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